[야고부] 황교안과 종교

입력 2019-05-27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큰누나가 알사탕 2개 값인 10환으로 어렸을 적 나를 꾀어내 교회에 데려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세 때 교회에 처음 나간 계기다. 황 대표는 교회 간증 등에서 못살고 공부도 못하던 월남민의 자식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법무부 장관국무총리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털어놓곤 했다.

"직장과 가정, 여러 관계에서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은혜를 하나님이 주셨다. 언제나 하나님 중심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황 대표는 독실한 신자다. 가능하면 새벽 기도에 나갔고, 50년 동안 주일 예배를 한 번도 빠트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 활동을 해온 것은 유명하다. 1998년 당시 한 기독교 언론은 황 대표에 대해 "11년 동안 매일 저녁 9시에 잠든 뒤 새벽 2시에 일어나 교회에서 가르칠 성경 교재를 만드는 생활을 지속했다"고 썼다. 바쁜 검사 시절에도 이 정도로 신앙생활에 열정을 쏟았다면 단순하게 독실하다는 의미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황 대표가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에 불교 의례를 거부한 것은 그의 종교관에 비춰 자연스러운 제스처인지 모른다. 역대 정치 지도자들이 상당수 종교를 가졌지만, 이만큼 열정적인 신자는 일찍이 없었다. 개신교 장로 출신의 대통령은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독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평가다.

진보 언론은 황 대표를 두고 '기독교 근본주의 세계관을 가진 야당 대표'라고 공격한다. 근본주의는 '복음주의'의 다른 말이고, 모든 세상을 하나님의 뜻대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처럼 '대한민국을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고 선언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황 대표의 종교 편향성을 두고 불교계와 보수 기독교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종교 간 싸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정계에 입문한 이유는 대권 때문이다. 황 대표가 종교 편향성 문제를 명쾌하게 매듭짓지 않으면 대권은커녕 종교 간 싸움만 조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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