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그 새벽녘의 어스름한 여명 속에 뭐든 다 쏟아놓고 싶어진다. 삶의 아픔, 상처, 혹은 사랑까지도…"
야경을 그리는 화가 김성호는 도시의 마천루를 그리고 어둠을 가르며 내달리는 고속도로 혹은 고가도로를 그리고, 도심 사이사이 흐르는 길을 내는 빛의 길을 그리고 멀리서 아롱거리는 빛 알갱이 같은 도시의 야경을 그린다.
또 그의 화면 속 빛의 질감은 도시에 근접할 때와 먼발치에서 조망할 때에 따라 사뭇 다르다. 이런 이유로 작가의 거리 두기와 시점의 설정이 그의 그림에 특유의 서정성을 더한다. 어쩌면 술에 잔뜩 취했을 때 눈에 익은 도심 새벽녘의 한 장면, 아니 그때의 느낌을 김성호의 그림에서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나만의 독특한 해석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 나의 그림은 삶을 향한 따뜻한 위로다."
작가의 말처럼 도시 속에 짜드라 서정성이 있을 리 없다. 치열한 현실성만 있을 뿐. 그런데 도시 바깥에서 도시 안을 보면 현실은 정동(靜動)을 불러일으키고 현실성은 서정성에 그 자리를 내어준다. 김성호 작품의 특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마술을 부리듯 거리두기와 빛을 이용해 도시가 숨겨놓고 있는 밤의 서정성을 화면에 펼쳐놓고 있다. 꿈처럼 몽롱한 야경을 빌려 정글도시 혹은 회색도시로 대변되는 현실의 치열성과 삶의 고단함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알레고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파르스름한 대기가 칠흑 같은 밤을 걷어내는 경계의 시간인 새벽. 후미등을 밝힌 채 어둠 속으로 빨려들 듯이 멀어져가는 버스. 심연과도 같은 바다 한 가운데 집어등을 밝히고 오롯이 떠있는 고깃배.
이 모두는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둠과 한줌도 안 되는 빛의 지대가 대비되면서 이 느낌은 고독감으로 증폭된다. 김성호의 그림은 야경과 더불어 깊은 밤의 꿈을 꾸게 만들고 있다.
동원화랑에서 31일(금)까지 열리는 '김성호-빛으로 그린 새벽'전에서 그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문의 053)4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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