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오 대구대학교 교수
대구는 골목의 도시이다. 그 골목의 뿌리는 원도심이다. 원도심에서 발원한 대구의 골목들이 대구 종로를, 진골목을, 북성로를 탄생시켰다. 이 원도심 골목들은 대구를 부흥시킬 도시재생의 상징들이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지역 원도심을 답사하고 있다. 직전 겨울에는 향촌동 골목을 수차례 답사했다. 향촌동은 한국 전시문학의 산실이다. 피란 문인들이 우정과 눈물로 전쟁의 공포를 달랜 휴머니즘의 장소가 바로 향촌동이다. 학교 지원으로 향촌동 맵북을 발간했다. 학생들과는 전국 최초로 '북성로대학'이라는 제호로 원도심 기반 매거진을 발간했다. 대구 원도심의 매력은 이렇게 크다.
대구 원도심은 보행 친화적이다. 경사지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다. 대구 원도심은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부산은 원도심을 문화적인 장소로 기리는 기획력이 대구보다 한 수 위이다. 그런데 부산의 원도심은 산복도로를 왕래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경사가 제법 있다. 이에 비해 대구의 원도심은 경사가 거의 없다. 대구 원도심의 경쟁력은 이렇게 분명하다. 대구 원도심은 더 성장할 수 있다.
대구 원도심은 사통팔달의 세계이다. 대구 근대골목은 동서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어디든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어디든 도착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원도심은 없다.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다. 북성로 꽃자리다방에서 출발해 달성공원을 경유, 서문시장을 구경하고 청라언덕으로 오를 수 있다. 아니면 반월당에서 출발해 종로를 거쳐 향촌동으로 향할 수도 있다. 이도 아니면 청라언덕에서 출발해 계산성당과 약전골목을 거쳐 남산동으로 향해도 괜찮다. 보행의 창의성을 허락하는 자유로운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대구 원도심은 오전에 출발해 어딘가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 전에 답사를 마무리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대구 원도심의 이러한 장점이 당장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서울 부산 대전 전주 군산 인천의 원도심을 다녀오고 나니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 뚜렷했다.
장점은 살려야 한다. 살리지 않는 장점은 결국 단점이 되고 만다. 대구 원도심이 보행 친화적이라고 해서 걷기에 용이하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보행을 끊는 차량들이 원도심에 수시로 출몰하는 까닭이다. 아직은 차량들이 원도심의 주인공 같다. 보행 친화적인 차량 흐름 유도, 원도심의 장소성을 구현하는 앵커 마련, 경상감영공원의 특단적인 재창조, 도심 빈집의 문화적 재활용, 장소와 골목에 축적된 스토리 발견과 재구성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과제는 해결할 수 있다. 원도심 보행이 지역 문화와 지역 경제를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구를 살린다는 마음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과제는 해결된다.
대구 원도심이 동아시아의 명품 원도심이 될 그날을 상상한다. 대구시·구청·지역 대학·지역 시민 모두 이 즐거운 상상과 프로젝트에 동참하면 좋겠다. 오는 10월에는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일본인 문학 독자들이 향촌동을 방문한다. 준비를 착실히 해 이분들에게 향촌동의 빛나는 스토리를 말씀드릴까 한다.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가을이 물든 대구 원도심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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