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베트남, 봉화] <하> 하노이 도사원 축제

입력 2019-05-15 11:18:25

엄태항 봉화군수가 도사원축제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향을 피우고 있다. 마경대 기자
엄태항 봉화군수가 도사원축제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향을 피우고 있다. 마경대 기자

베트남에서는 호찌민 국가주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듯 리황조를 빼놓고 베트남을 이야기할 수 없다.

호찌민 주석이 리황조의 재건을 지시하면서 리황조는 베트남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리 황조를 기리기 위해 매년 베트남 하노이 뜨선시 도사원에서 개최되는 도사원축제장을 찾았다.

도사원축제장을 방문한 엄태항 봉화군수와 한국 화산 이씨 대종회 회원들이 무대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도사원축제장을 방문한 엄태항 봉화군수와 한국 화산 이씨 대종회 회원들이 무대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도사원축제

지난달 18일 오후 2시 베트남 하노이 뜨선시 도사원. 베트남 최초의 독립국가를 만든 리 황조의 즉위일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도사원축제로 떠들썩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도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도사원 입구에는 여느 축제장과 마찬가지로 특산물 판매장과 먹거리 장터가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서 있었다. 도사원으로 들어가는 인파는 누구할 것 없이 모두 장터에서 시원한 음료와 먹을거리를 구입해 사원 안으로 향했다.

도사원 입구는 경비원과 행사 안내 요원들로 부쩍였다. 이들은 낯선 한국 사람들의 방문에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도사원 내부에 심겨 있는 열대 고목들은 무더위를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도사원 입구를 막 지나자 넓은 공간이 나왔다. 이곳은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무대를 꾸미고 있었고 왼쪽은 신위가 모셔진 사원이 자리했다. 무대 오른쪽 물 위 섬처럼 들어선 누각에서는 공연을 펼쳐졌고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이 잠시 더위를 식혔다.

봉화군 관계자와 한국 화산 이씨 대종회 회원들이 도사원에 참배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봉화군 관계자와 한국 화산 이씨 대종회 회원들이 도사원에 참배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사원으로 들어서자 분향의식과 천도의식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참배객, 취재진의 열기로 북새통이었다.

사원을 찾은 베트남 국민은 앞다퉈 향을 피우고 리황조 8명의 신위가 모셔진 사당에서 참배를 했다. 참배객들 속에서 봉화군 우호대표단과 한국 화산 이씨 대종회 회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던 봉화군 우호대표단도 향을 피우고 참배했다.

도사원축제에 참가한 엄태황봉화군수와 한국 화산 이씨 종친 회원들이 리 씨 황조가 모셔진 도사원을 참배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도사원축제에 참가한 엄태황봉화군수와 한국 화산 이씨 종친 회원들이 리 씨 황조가 모셔진 도사원을 참배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도사원축제는 지난달 17일부터 22일까지 베트남 하노이 박닌성 뜨선시 도사원에서 열렸다.

축제 기간에 봉화군 우호대표단은 이용상의 흔적 찾기에 주력했고 도사원 참배, 덴도 축제, 심포지엄 참석 등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화산 이씨 황조

이용상 황자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다. 연구자들이 그 옛날, 먼 길을 찾아온 사람에 대한 역사를 다시 찾아내야 하는 부분이지만 베트남인으로서 그가 지키려 했을 정체성을 8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봉화 화산 이씨들이 이어오고 있다.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자리잡아 고려인으로, 조선인으로 살면서 국가에 충성하고 한국인으로 살아오면서 그들이 지키고자 한 충효와 예의, 염치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교훈이다.

화산 이씨 일족이 베트남에서 아직도 존경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리황조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는 봉화군이 베트남 황자 이용상의 삶의 흔적과 후손들의 터전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산골 봉화에 베트남타운이 건립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호교류

봉화군 대표단은 축제 개막식과 제반 행사에 공식 참여했고 리 황조의 유적지도 방문했다. 이후 뜨선 조직부와 우호교류 및 발전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뜨선에 속해 있는 상급 행정구역인 박닌성 성장과 면담, 우호 교류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봉화군은 리 왕조 공통 기반을 통한 역사문화 자원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해서 뜨선현과의 우호 교류를 추진해왔고 뜨선시 역시 봉화군과의 교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베트남의 최초 독립국인 리 황조 태조의 고향인 뜨선시 도사원에는 8대 왕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리 태조의 즉위일(음력 3월 15일)을 기념해 매년 음력 3월 14일에서 16일까지 축제를 연다.

베트남 리 왕조와 봉화군의 인연은 리 왕조 6대 황제의 아들 이용상이 화산 이씨로 대한민국에 정착한 후 그의 후손이 봉화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특히 13세손인 이장발의 충효를 기리기 위해 봉화 봉성면에 충효당(문화재자료 제466호)과 유허비가 건립됐다. 이장발의 유허비에는 이용상의 이름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엄 군수는 "베트남 뜨선과의 우호교류 추진은 베트남타운 조성사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앞으로 문화, 관광, 교육,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교류를 활성화해 공동 발전을 이루겠다"고 했다.

엄태항 봉화군수가 국제 학술 지표 지엄에 참석 봉화군에 추진하는 봉화 베트남타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엄태항 봉화군수가 국제 학술 지표 지엄에 참석 봉화군에 추진하는 봉화 베트남타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국제 학술심포지엄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외국어대학 회의실에서 베트남하노이대학과 뜨선시 관계자 80여 명과 화산 이씨 문중 11명, 봉화군 대표단 22명, 베트남 언론사 등 125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 이용상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박순교 한국인문학 연구원과 이근선 구미대학교 교수, 도 풍 투히 하노이외국어대 교수가 발표와 토론자로 나섰다.

박순교 연구원은 이용상과 관련된 기록(화산 이씨 세보, 옹진부읍지, 수항문기적비 등), 이용상의 옹진 이 동시기 및 경과, 이용상 혈맥의 흐름과 분포, 장발의 죽음과 화산이씨 가계도, 봉화 베트남 사업의 명분을 발표했고 도 풍 뚜이 교수는 이용상 공간 스토리텔링을 위한 원천 자료와 공간 스토리텔링을 통한 이용상 재구성을 발표했다.

특히 종합토론자로 나선 이 교수는 "옹진부읍지와 수항문기적비에는 당시 이용상의 나이와 몽골침략 항쟁 관련 시기, 이용상 일대기에 관한 족보 등이 임진왜란 시 소실돼 후세(24세손)가 재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족보 외 별도 기록이 없어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베트남 현지 학자들과 한국 관련 대학 관계자, 베트남 언론사, 매일신문사 등이 참여한 심포지엄은 한국의 리황조 후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한국의 리황조 후예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그 진위에 대한 공식적 확인 기록이 없어 이에 대한 한국과 베트남이 공통적 학술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엄 군수는 "이번 심포지엄이 리황조 후손인 이용상을 깊이 이해하고, 한국과 베트남 간의 우호 증진과 교류 활성화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며 "국제교류의 핵심사업인 베트남타운조성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올해 내로 뜨선시와 자매결연 협약을 맺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박닌성 뜨선시 에서 마경대 기자 kdm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