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고효율 교통수단 트램 도입 나선 대구시… "반대여론 설득이 첫 관문"

입력 2019-05-09 22:00:00

경전철·중전철 비해 건설비용 낮고 오염물질 배출 없지만
교통혼잡 유발·교통사고 위험 등 도입 지자체마다 반대여론 거세
"승용차→대중교통 전환으로 전체 교통사고 오히려 줄어… 설득과 대안 마련 힘쓸 것"

대구시가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인
대구시가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인 '트램'(노면전차) 도입에 나서면서 교통혼잡과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여론을 설득하고자 공론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프랑스 니스 지역에서 운행하는 트램의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 전역에서 트램과 도시철도까지 5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이 내건 공약이다. 이때 권 시장은 "대구를 트램의 도시, 대중교통 천국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권 시장의 공약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 번째 관문은 공론화 과정이다. 유럽, 일본에서 먼저 도입한 트램은 21세기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교통 혼잡이 일상화한 국내 대도시 환경이 변수다.

대구발 트램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교통 혼잡을 둘러싼 반대 여론 설득과 대안 제시가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트램' 도입 배경은?

대구시의 트램 도입 배경에는 도시철도 4호선 건설과 대중교통 혁신이 맞물려 있다. 애초 시는 국토부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상 대구 도시철도 4호선(순환선) 건설 방식을 경전철(AGT)로 반영했다.

그러나 경전철 공사비는 최소 1조5천억원 안팎에 달해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트램은 1km당 건설 비용이 200억원으로 지하철(1천300억)이나 경전철(500억~600억원)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여기에 트램은 1량 기준 수송능력이 승용차 174대, 버스 3대에 달해 대표적인 친환경·고효율 교통수단으로 손꼽힌다. 철도의 정시성과 버스의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고, 교통약자의 탑승 및 환승이 편리할 뿐 아니라 가로 상권 활성화와 도심 재생의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독일 하노버 트램 정류장. 매일신문 DB
독일 하노버 트램 정류장. 매일신문 DB

앞서 권 시장은 지난해 대구시장 후보 당시 대구에 건설할 트램 예산으로 6천억~8천억원(30km 기준)을 예상했다. 또 트램 전용 구간과 도로 사정에 따라 자동차와 함께 이용하는 혼합형 트램으로 건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1단계 동대구역과 서대구역의 두 축을 중심으로 도시철도 1~3호선을 연결하는 '도심순환 트램'(2019~2023) ▷2단계 테크노폴리스와 국가산단 등 달성을 순환하는 '달성순환 트램'(2020~2024) ▷3단계 대구국제공항 이전터와 혁신도시, 이시아폴리스를 연결하는 '팔공신도시 트램'(2023~2027) 구상 계획을 발표했다.

권 시장 재선 이후 대구시는 곧바로 용역비 3억8천700만원을 투입해 '신교통시스템 도입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에 돌입했다. 허주영 대구시 철도시설과장은 "도심순환선뿐 아니라 도입 가능한 신규 노선을 발굴하고 있다"며 "이달 말 중간보고회 등을 거쳐 하반기 공론화 과정 이전에 대구시민들 대상으로 경제성과 현실성을 갖춘 몇 개 노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도입 전 공론화 과정 필요

트램 건설에는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게 아니다. 트램이 극심한 교통혼잡을 유발할 수 있고, 다른 교통수단과의 충돌 위험도 상존해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반대여론 역시 거세다.

주로 지하철 형태로 운행하는 중전철이나 고가 운행이 주력인 경전철과 달리 노면 위에 선로를 부설해 운행하는 특성상 필연적으로 시내버스·승용차 등 기존 교통수단과의 간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기존 도로에 트램이 도입될 경우 도로 중앙 2~3개 차로가량을 선로가 차지하게 돼 자연스럽게 승용차의 주행공간은 좁아진다. 여기에 운행 시 우선신호를 받아 승용차의 진로를 가로막고, 악천후에 따른 선로 관리 문제까지 겹친다면 가뜩이나 심각한 출·퇴근시간대 교통혼잡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대구시의 2014년 기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29.4%에 불과했다.

대구시가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인
대구시가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인 '트램'(노면전차) 도입에 나서면서 교통혼잡과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여론을 설득하고자 공론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일본 히로시마시의 주요 대중교통수단인 트램 '히로덴'의 모습.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철도 등 다른 궤도 교통수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교통사고'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도로 위를 승용차와 함께 달리기 때문에 운전자의 부주의한 차로변경이나 신호위반 등으로 대형 충돌사고가 벌어져 사망자가 발생할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한국철도학회에서 발표된 '트램사고 유형분석을 통한 운영시나리오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프랑스에서만 7천216건의 트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66.9%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충돌 사고였고, 트램 간 충돌로 벌어진 사고도 13건에 달했다.

느린 표정속도와 교차로 신호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변수가 많아 정시성을 지키기 어려울 거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대전과 부산 등 대구보다 먼저 트램 도입을 시도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반대여론 설득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도 반대여론을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대식 영남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우선 트램 도입 여부부터 시작해 노선과 구간 등에 대한 세부적 결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구 도로 용량을 감안할 때 순환선 트램보다는 10km 이내 단거리 노선 건설이 바람직하다"며 "이와 함께 버스업계, 택시업계, 도시철도, 승용차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상충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고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트램이 도입되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이 늘어 전체적인 교통사고 건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도입이 결정된다면 교통대책과 신호체계를 손보는 등 교통혼잡과 사고를 예방할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함께 대책을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가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인
대구시가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인 '트램'(노면전차) 도입에 나서면서 교통혼잡과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여론을 설득하고자 공론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운행하는 트램의 모습.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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