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이 무색한 시대다. 그보다는 교권이 흔들린다는 말이 더 많이 들린다. 존중은커녕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무시당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교사들 스스로 자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그 의미가 이미 퇴색했다는 지적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교사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도 교육 현장을 꿋꿋이 지키는 교사들이 있어 희망도 보인다. 교사 3명이 닮고 싶어하는 교사들에게 보내는 글을 요약해 소개한다.
◆신나라(강북중) 교사가 전은희(강북중) 교사에게

학기 초에 선생님이 개발하신 여러 수업 자료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러자 선생님은 '교과연구회 선생님들과 열심히 만든 자료지만 후배 교사들과 기꺼이 나누고, 그 자료로 많은 아이들이 수업에 잘 참여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셔서 감명받았습니다.
어느 날 섬세하지 하지 못한 제가 업무 중 작지 않은 실수를 했고, 고민하느라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부장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선생님이 한 일이라 해도 나도 같은 책임이 있는 거다'고 말씀하시며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주셨고, 그 일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셨습니다. '부장은 책임지는 자리'라는 말씀이 종일 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 때문에 오늘 이 일을 처리해 주시느라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냈지요. 그런데 선생님은 '나도 일을 하며 실수를 한다. 나도 나를 못 믿기에 선생님들에게 실수하지 않기 위해 자꾸 확인을 부탁드리는 거다. 잘 해결되었으니 다 이자뿌고 또 화이팅합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눈물이 뚝 떨어졌습니다.
교단에 선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학교에서 점점 중견 교사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 10년이 지나 저도 부장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부장님 같은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많이 부족한 저를 늘 이끌어 주시고, 항상 배려하고,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선생님을 만난 건 큰 행운입니다. 항상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많이 많이 사랑해요.
◆강은주(와룡고) 교사가 이정운(와룡고 퇴임) 교사에게

올해 길고 긴 12년간의 초·중·고 교육과정을 졸업하는 고3 엄마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나니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딸아이가 사춘기를 길게 겪으며 모녀 사이가 극에 도달하였을 때 고등학교 입학했지요.
관계 개선이 절실할 때 학교에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샤프론이라는 봉사단체 활동이 있다는 걸 알았고, 신청하여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아이와 함께 집안이 아닌 밖에서, 엄마와 딸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터놓으며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건 분명하였습니다.
청소년봉사활동 단체인데 와룡고등학교에는 봉사활동을 함께 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더 좋았습니다. 담임선생님으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3학년 담임을 맡아 일을 하시면서도 시간을 내어 한 달에 두 번 정기봉사나 대외 봉사 때 솔선수범하시며 학생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 마음을 배워 저도 진심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며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변하고, 아이도 바뀌고,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선생님께서 퇴직하시는 거로 압니다. 그 연세에도 젊은 교사 못지않게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자기 시간을 쪼개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을 알게 되어 기쁘고, 감사드린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퇴임을 축하드리며, 선생님 건강하세요.
◆김동수(포산중) 교사가 오진석(경혜여중) 교사에게

'Cuttlefish: 오징어' 오진석이라는 이름 석 자와 비슷해서 모든 닉네임에 '오징어'라는 단어를 사용하십니다. '오진석 선생님!'. 지금까지 저는 '선생님!', '선배님!'이라고 불러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항상 내 마음 속에는 큰 형님이십니다.
하지만 형님은 항상 저에게 존칭을 사용하십니다. '김선생' '김부장!'. 한편으로는 후배를 존중하는 표현이지만 난 그냥 '동수야'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게 편하고 좋은데, 형님은 항상 존칭을 사용하십니다. 그런데 모든 후배들에게 그렇게 존칭을 사용하십니다.
3년 동안의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2018년에 귀국하면서 머나먼(?) 달성군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어쩌면 이것 또한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형님과 근무하게 된 게 우연이 아닌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대학교에서 동아리 생활, 교직에서 체육교사로서의 생활을 경험하면서 형님의 모습은 언제나 멋지고 감동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7시에 출근해 우리 학교 체육 교육과 학교 스포츠클럽,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해서 항상 노력하셨습니다. 특히 체육수업에 있어서 흥미, 재미, 의미가 있는 체육수업을 위해 항상 연구하고 개발하는 자세를 보여주셨습니다.
항상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행복한 모습으로 우리 후배들 곁을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늘 그러하셨듯이 대구 교육과 체육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영원히 함께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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