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몰라요. 그냥요.' 요즘 아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무조건적 '3요' 대답입니다. 가슴 꽤나 쳤을 부모님들, 많으시지요?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픈 아이들이 보입니다.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아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 표정 없는 아이, 종일 휴대전화만 보는 아이 등. 요즘 아이들이 무기력합니다.
◆ 무기력은 누구의 잘못인가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희망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직은 잠자는 거인입니다. 모두들 나름의 성장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무기력의 비밀'의 저자 김현수는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의욕도 동기도 희망도 없이, 포기하고 회피하고 거부하는 무기력에 빠져있다'고 지적합니다.
많은 학부모는 아이가 생각 또는 목표가 없다거나 게으르다는 이유로 야단칩니다. 그러나 민감한 학부모라면 열정, 동기, 흥미를 잃어가는 아이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아이를 위한 변화를 함께 찾아야 합니다.
김현수 전문의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 것은 어른들, 말하기도 부끄럽고 지겹지만 승자독식과 획일성에 따른 평가, 그리고 끝없는 서열화가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온 시스템이다. 살아남는 자만이 영광을 차지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무기력해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승자는 승자대로 불행해지고 다수의 패자는 패자이기에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 어떤 잣대로 아이를 바라보는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인간이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과정을 불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성실히 일하던 주인공 그레고르가 어느 날 벌레로 변합니다. 벌레가 되어 가장 기막힌 것은 본인인데, 가족들이 그를 더 못 견딥니다. 돈벌이를 할 때 그는 가족의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어머니와 아버지는 물론 여동생까지 그를 외면합니다.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의 잣대는 '돈벌이를 할 수 있느냐'입니다. 심지어 가족들도 존재 그 자체로 받아주지 않는 비정함을 보입니다. 이 책은 물질 만능시대의 인간 소외를 꼬집는 고전입니다. 하지만 비단 돈(물질)에 한정된 이야기일까요?
자녀를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은 어떠합니까? '공부 잘 함'과 '공부 못 함'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속상한 적은 없었나요? 그렇게도 사랑하는 내 아이가 부모가 만든 잣대에 따라 한순간에 벌레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아이 안에 있는 거인을 깨워 춤추게도 하고, 잠들게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아이들 편에 서서 무기력을 깨우자
우리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 것은 어른들이고, 그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어른이 변화하고 시스템을 바꾸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변화할 기회를 더 마련해주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알아차려 주고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보다 불안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반드시 실패 또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 걱정합니다. 아이들을 이해하다가도 순간순간 분노하거나 결국은 자포자기하면서 부모도 함께 무기력의 대열에 섭니다.
상처받았다고 포기한다면 영원히 부채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빈껍데기 부모밖에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능성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늘 '너는 이걸 잘 해'라고 해 줍시다.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자주 성취하게 하면 자기효능감이 키워집니다. 자기효능감은 또 다른 성취와 성공의 디딤돌이 되므로 매우 중요하답니다.
김현수 전문의가 정의하는 부모의 역할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해냄'을 조성해주고, '해냄'이 가능하도록 해 주고, '해냄'을 축복해 주는 과정에서 빛납니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 '부모님이 기다려줘서 오늘의 내가 있다'입니다.
대구광역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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