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유시민 '서울의 봄' 진실공방

입력 2019-05-07 18:03:56 수정 2019-05-07 18:08:08

심재철, 진술서 전문 공개…"유시민, 진술서에서 내 이름 78번 언급"
유시민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거짓말"…합수부 수사관 속이려는 의도

6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1980년 6월12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제출했던 자필 진술서.
6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1980년 6월12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제출했던 자필 진술서.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상황을 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 조사를 받으며 쓴 진술서 원본 사진까지 공개하며 유 이사장이 동료를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운동권 선·후배 사이로 심 의원은 당시 총학생회장, 유 이사장은 대의원회 의장이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오른쪽 두번째). 연합뉴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오른쪽 두번째). 연합뉴스

6일 심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유 이사장이 쓴 진술서를 PDF 파일 형식으로 게재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누구의 진술이 수사 가이드라인이 돼 동료들의 목을 조였는지 국민께서 진술서를 읽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심 의원은 "그의 진술서에서 나를 78번 언급하며 내 공소사실의 90%를 입증했다"며 "검찰 공소 사실의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고 했다. 또 "이 진술서로 행적이 소상히 밝혀진 77명의 학우 가운데 미체포된 18명은 그의 진술 직후인 6월 17일 지명수배 됐다"고 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7일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내가 1980년 3월 심재철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다"며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위를 할 때마다 신문에 났던 심 의원이 나 때문에 기소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또 "진술서 내용과 방식을 볼 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나는 당시 우리의 행위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으로 끝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2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2일 '1980년 유시민의 진술서가 77명의 민주화운동 인사를 겨눈 칼이 됐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재단 유튜브 채널에 올린 '1980 서울의 봄, 진술서를 말할레오' 영상에서 "저는 그 진술서를 보면 잘 썼다고 생각한다. 감출 것은 다 감췄고, 부인할 것은 다 부인했다"며 " 500명 가까운 수배자 명단이 발표됐는데 저희 비밀조직(서울대 농촌법학회) 구성원은 단 1명도 그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1980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이었던 유 이사장은 "그때 학생회장이나 대의원회 의장은 늘 잡혀간다는 것을 전제로 활동했다"며 "처음에 학생회 간부를 맡을 때 잡혀서 진술하게 되면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노출할지 이미 사전에 얘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잡혀가면 첫째로 학내 비밀조직을 감춰야 한다. 우리는 총알받이로 올라온 사람들이다. 소속 써클과 비밀조직을 감추고 모든 일을 학생회에서 한 것으로 진술하도록 예정돼있었다"며 "두 번째로는 정치인들과 묶어 조작하는 것에 휘말리면 안 된다. 당시 김대중 야당 총재와는 절대 얽히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이번 진실 공방은 유 이사장이 최근 한 방송에서 진술서 내용을 언급하며 불거졌다. 지난달 20일 유 이사장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술서를 쓸 때) 누구를 붙잡는 데 필요한 정보와 우리 학생회가 아닌 다른 비밀 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에 심 의원은 이틀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물한 살 재기 넘치는 청년의 90쪽 자필 진술서가 다른 민주화 인사 77명의 목을 겨누는 칼이 되었고, 이 중 3명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24인 피의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1일 유 이사장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진술서 작성 이후) 500명 가까운 수배자 명단이 발표됐는데 저희 비밀조직(서울대 농촌법학회) 구성원은 단 1명도 그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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