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 <하>앤드루 왕자, 어머니 걸었던 길 걷다

입력 2019-05-12 14:39:25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차남 앤드루 왕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차남 앤드루 왕자.

안동 하회마을은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 이후에도 2005년 '아버지' 부시, 2009년 아들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이 찾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잇따라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문을 계기로 하회마을과 봉정사는 세계가 주목하는 안동의 관광지로 부상했다. 2010년에는 하회마을이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 마을'로, 2018년에는 영주 부석사 등 7개의 사찰과 함께 봉정사가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안동시는 지난 11일부터 여왕이 다녀간 하회마을과 봉정사,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 일대에서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14일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안동을 찾아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걷는다.

여왕이 충효당 앞마당에 구상나무를 기념식수하는 모습. 안동시 제공
여왕이 충효당 앞마당에 구상나무를 기념식수하는 모습. 안동시 제공

◆하회마을과 봉정사 잇는 32km, 로열웨이로 선포

영국 여왕의 차남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가 14일 안동을 찾는다.

안동시는 이를 기념해 20년 전 여왕이 다녀간 하회마을~농수산물도매시장~봉정사에 이르는 32km 구간의 길을 기존에 불렀던 '퀸스로드'(Queen's Road)에서 엄마와 아들 등 영국 왕실 사람들이 잇따라 걷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은 '로열웨이'(The Royal Way)로 바꾸고 영국 왕실의 각별한 안동 사랑을 기념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하회마을 충효당 앞에서 로열 웨이를 기념하는 표지석 제막식에 앤드루 왕자가 참가한다.

경북도청 전경. 앤드루 왕자는 이 곳에 도착해 기념식수하고 도지사로부터 경북도청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매일신문 D/B
경북도청 전경. 앤드루 왕자는 이 곳에 도착해 기념식수하고 도지사로부터 경북도청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매일신문 D/B

◆로열웨이 표지석 제막·여왕생일상 나눔

앤드루 왕자는 14일 헬기 편으로 서울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11시쯤 경북도청에 도착하면서 안동 방문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경북도 부지사가 직접 영접에 나서고, 경화문 앞에서는 왕자의 방문을 환영하는 악대 연주가 진행된다.

왕자는 부지사와 함께 경화문을 지나 동락관 오른쪽에 마련된 기념식수장으로 이동하고, 이 곳에서 왕자와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과 함께 기념 식수할 예정이다. 이어 도청 로비에서 이 도지사로부터 경북도와 도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명록에 서명한다.

이 도지사는 이날 왕자에게 도자기를 선물로 전달하고 의전 차량을 이용해 11시 30분쯤 도청을 떠나 하회마을로 향한다.

하회마을 입구 벚꽃길과 마을길을 지나 충효당에 도착한 왕자는 충효당 류창해 서애종손의 안내로 사랑방에서 종갓집에서 준비한 조촐하면서도 품격있는 다과상을 받고, 간단한 환담을 가진다.

왕자는 어머니 국왕이 기념식수했던 구상나무를 둘러본 후 '로열웨이' 표지석 제막에 나선다.

여왕이 하회마을 담연재에서 자신의 73회째 생일상을 받는 모습. 안동시 제공
여왕이 하회마을 담연재에서 자신의 73회째 생일상을 받는 모습. 안동시 제공

정오에 담연재에 도착한 왕자는 합창단원들의 축하 노래를 들으면서 여왕 생일상을 관람하고, 공식 인사와 여왕의 메시지를 전한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왕자에게 기념 선물을 전달한다.

생일상을 함께 나누는 한국과 영국의 관습에 따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생일이 4월 21일로 같은 60명을 초청해 한국과 영국의 차 문화를 체험하는 '생일상 나눔' 행사도 가진다.

이후 왕자는 학록정사로 이동해 ㈜풍산그룹 류진회장의 영접을 받고, 내빈들과 오찬을 즐기면서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는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한 후 귀촌종택에서 시연되는 전통혼례를 보고 하회마을을 떠난다.

여왕이 안동시농산물도매시장에서 당시 이경락 부시장으로부터 과일바구니를 선물로 받는 모습. 안동시 제공
여왕이 안동시농산물도매시장에서 당시 이경락 부시장으로부터 과일바구니를 선물로 받는 모습. 안동시 제공

◆봉정사·국학진흥원, 세계유산 둘러봐

이날 오후 2시쯤 안동농협농산물공판장에는 안동농협 주부풍물패들이 왕자의 방문을 흥겨운 가락으로 환영한다. 권순협 안동농협 조합장이 직접 영접과 안내에 나서, 공판장 경매 시연과 3년생 부사 사과나무를 기념식수한다.

안동농협은 지난해 자체 개발한 안동사과 브랜드 '안동 애이플'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92세 생일을 맞아 주한영국대사관에 전시하기도 했다.

특히 포장지 안에 '1999년 4월 21일 대한민국 안동을 방문해주신 그날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안동공판장 방문 당시의 사진을 한지에 인쇄해 대사관 관계자들이 고마움을 전해오기도 했다.

여왕이 봉정사 만세루에 올라 스님들이 대북을 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안동시 제공
여왕이 봉정사 만세루에 올라 스님들이 대북을 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안동시 제공

공판장을 나선 왕자는 곧바로 세계유산 봉정사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김세환 안동 부시장이 주차장에서 마중하고, 주지인 도륜 스님이 만세루 계단에서 왕자를 맞이한다.

왕자는 대웅전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극락전을 둘러보고, 여왕이 그랬듯이 돌탑에 돌을 올리는 퍼포먼스를 편다. 왕자는 도륜 스님과 함께 3차례의 범종 타종과 운판·법고·목어 등 한국의 전통사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을 가진다.

한국국학진흥원 세계기록유산이 보관된 장판각. 왕자는 이 곳에서 성학십도 목판 탁본체험에 나선다. 매일신문 D/B
한국국학진흥원 세계기록유산이 보관된 장판각. 왕자는 이 곳에서 성학십도 목판 탁본체험에 나선다. 매일신문 D/B

이어 오후 4시쯤 한국국학진흥원에 도착한 왕자는 조현재 원장의 안내를 받아 세계기록유산인 '유교책판'이 보관된 장판각을 둘러보고, 성학십도 목판 프린팅 시연 후 방명록에 서명하고 권 시장의 환송을 받으며 안동을 떠난다.

권 시장은 "지난 20년간 안동 관광객들이 110만 명에서 770만 명으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올해는 여왕방문 20주년을 맞아 1천만 명 관광도시 안동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여왕의 생일상. 매일신문 D/B
여왕의 생일상. 매일신문 D/B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