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료한 언어의 대적(大敵)은 위선이다. 진짜 목적과 겉으로 내세우는 목적이 다를 경우 사람은 거의 본능적으로 긴 단어와 진부한 숙어에 의존하게 된다. 마치 오징어가 먹물을 뿜어내듯이 말이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집 '나는 왜 쓰는가'의 한 구절이다. 요약하자면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소리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다언삭궁'(多言數窮)이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한 처지에 빠진다는 뜻으로, 말은 짧고 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판의 언어는 그렇지 않다. 불순한 의도나 목적을 감추기 위해 기상천외한 표현을 동원하거나 특정한 사실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역사적·사회적으로 확립된 단어가 있는데도 회피한다. 1차 걸프전 당시 미 국방부가 폭격을 "목표물에 대한 서비스"로, 폭격의 표적이 된 민간인과 건물을 각각 "부드러운 목표물"과 "딱딱한 목표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좋은 예다.
이런 사례는 끝이 없다. 미 국무부는 과거 세계 인권현황 보고서에서 '살해'를 "불법적이거나 자의적인 생명의 박탈"이라고 했으며 국방부는 민간인 사상자를 "부수적 피해", 1983년 그레나다 침공을 "동트기 전 수직 개입"으로 표현했다. 또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을 CIA(중앙정보국)는 "정보 획득을 위한 특이한 방법", 미국 정부는 "공격적 심문"으로 각각 표현한 사례도 있다. "오징어가 먹물을 뿜어내듯이"란 오웰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 본질을 감추는 말장난이다.
문재인 정부의 말장난도 수준급이다. 모두 세어보려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제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체"라거나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규정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전술유도무기라는 표현은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런다고 미사일이 미사일이 아닌 것으로 둔갑하지 않는다. 전술유도무기가 곧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장난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7년 8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0㎜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안개를 피웠다. 이러니 대통령이 '김정은 대변인'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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