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5월의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입력 2019-05-06 18:00:00

인수일(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인수일(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전국적으로 각종 과학체험 행사가 열리고 공상과학영화를 모티브로 한 완구와 게임기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원의 상점 앞에는 실물처럼 움직이는 로봇 공룡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연신 비눗방울을 뿜어내는 돌고래총도 인기다. 헬륨 가스로 채워진 형형색색의 풍선도 아이들의 손과 발을 분주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조잡하기만 하던 장난감들이 첨단 기술을 만나서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다시 태어났다. 문제는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져 안전사고에 취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져 금방 고장 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기쁨을 위해서 지갑을 여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가벼운 날이다. 공원 잔디밭에 누워 있는 가족들도 함박웃음이고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도 낯설지 않다. 하늘도 파랗고 화창하다. 간혹 하얀 구름은 끼지만 먹구름은 보이지 않는다. 팔베개하고 누워 있는 아이들에게 자연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내용을 하나 알아보자. 연인에게 들려주면 더 점수를 딸 수 있겠다.

하늘은 왜 파랗고 노을은 왜 붉은가요? 아이들과 파란 하늘이나 붉은 노을을 보면서 감상에 젖다 보면 쉽게 나오는 질문이다. 하늘이 파란 이유는 지구의 대기 때문이다. 대기가 없는 달은 파랗게 보이지 않는다. 태양에서 오는 빛은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나 산소 분자에 의해서 산란을 하게 되는데 이를 레일라이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라고 한다. 즉, 파장이 입자의 크기보다 커서 생기는 산란을 말한다. 대기 중에서는 파란빛처럼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상대적으로 산란이 더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화창한 날 하늘은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노을의 경우는 해가 지면서 빛이 지나오는 경로가 점점 더 길어진다.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산란이 심한 파란빛은 지표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산란이 적은 붉은빛은 지표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에는 세상이 온통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덮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름은 왜 다른 색의 옷을 입을까? 입자가 큰 물방울로 채워진 구름은 모든 빛을 동일한 정도로 산란하기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이를 미산란(Mie Scattering)이라고 한다. 구름이 두꺼워지면 빛이 투과하지 못해서 시커멓게 보인다. 바닷물의 색이 깊이에 따라 다른 이유도 마찬가지로 설명된다.

아이들과 무심히 바라본 하늘에 이토록 과학적이고 신비한 자연현상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위대한 과학의 시작은 자연현상에 대한 감동에서 출발한다. 신기한 자연현상을 관찰하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기고, 탐구하고, 이를 증명하려고 시도하게 마련이다.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물리이고 화학이며 수학이다. 과학이야말로 우리가 이성적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깊이 있고 합리적인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지식을 쇼핑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5월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가리키며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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