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매 국가책임제 말뿐인가?

입력 2019-05-26 15:28:39 수정 2019-05-26 18:50:39

김종근 김천대학교 스포츠재활학과 조교수

김종근 김천대학교 스포츠재활학과 초빙 조교수
김종근 김천대학교 스포츠재활학과 초빙 조교수

2018년 현재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06만6천201명이다. 그중 치매인구만 70만5천473명에 이른다. 최근 수년 새 증가 추이로 볼 때 2030년 치매인구는 전체의 24.5%, 2050년에는 38.1%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을 살펴보면 대구 치매인구는 3만1천228명, 경북 치매인구는 5만4천458명에 달해 둘을 합치면 전국 치매인구의 23.3%에 해당된다. 이처럼 치매 관리가 시급한 데도 우리 지역에선 치매를 초기에 진단하는 '조기 발견율'이 수도권에 비해 훨씬 낮다. 수도권의 조기 발견율이 70%대인 반면 대구와 경북은 각각 63.5%, 55.1% 등으로 현저히 낮다.

치매는 개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환자를 부양하는 가족과 주변인의 삶도 피폐하게 만든다. 현재 치매환자 부양가족은 27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70% 이상이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다만 치매는 일찍 발견할 때 그 진행을 둔화하거나 막을 여지가 있다. 2018년 제1회 '+9.5 치매예방운동포럼'은 저명한 신경학 저널의 추적 연구를 인용해 "치매를 경도인지장애단계에서 조기 발견한 환자 40% 이상이 운동을 통해 치매를 예방했거나, 평균 9.5년 지연됐다"는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같은 이유로 정부도 치매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2017년 12월부터 전국 254개 치매상담센터, 52개의 지역치매지원센터, 17개 광역치매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 일선에서는 치매 검사법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 대다수 치매안심센터에서 쓰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Mini-Mental State Examiantion)는 단시간에 치매 여부를 판단하고 정상, 고위험군(경도인지장애), 치매군으로 구분할 수 있어 선호된다. 반면 해당 검사는 검사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돼 결과를 정량화하고 명확하게 치매를 판단하기에 무리라는 지적도 높다.

최근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은 걸을 때 보행 속도, 보폭과 치매와의 상관 관계를 확인했다. 국내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이정은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팀도 2007~2012년 66세 생애전환기 점진을 받은 환자 5만3천 명의 일어나 걸어가기 시험(Timed up and go test) 결과와 이후 6년간 치매 발생 여부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일어나 걷기까지 10초 이상 걸린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향후 6년간 치매 발생 가능성이 1.34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남양주와 분당, 일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행을 통한 치매 조기 선별 방안이 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국에서 고령화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는 대구경북에서는 치매센터 중 단 한 군데도 선진 조기 치매 선별 방법을 쓰지 않고 있다.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말만 해서 그칠 일이 아니다. 객관성 있는 데이터를 대상자에게 제공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발돋움해야 할 때다. 대구경북이 타 지방자치단체보다 먼저 치매 선별 환경을 선점해 더 나은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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