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동물 입양, 마음만으로 책임질 수 없다

입력 2019-04-30 09:59:05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가족이 알아야 할 A to Z

경남 창원의 외진 교차로에서 차우차우가 발견되었다. 마을버스 기사와 주민들의 배려로 물과 음식은 제공되었지만, 차우차우는 사람이 다가오면 피하느라 빠르게 질주하는 차들 사이로 도망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SBS TV동물농장에 의해 구조된 차우차우는 정작 사람들의 손길이 닿자 순하기 그지없었다.

동물병원으로 이송돼 검진을 받고, 엉킨 털을 밀고, 목욕하는 과정을 낯설어하지 않았으며 누가 봐도 사람의 보살핌에 길들여진 개였다. 하지만 동물등록 확인을 위한 마이크로칩이 시술되어있지 않아 주인이 누군지, 어떤 사연으로 도로를 배회하고 있었는지 등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금이나 보험가입이 필수인 시대가 도래하였다. (자료출처: https://www.healthypawspetinsurance.com)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보편화되는 현실에서 동물을 입양하려는 가족들이 알아야 할 부분들이 있다.

1. 어떤 품종이 적합할까?

원룸 등 공간이 좁을수록 체형이 작고 순한 품종(몰티즈, 포메라니안, 치와와, 폼 피츠, 비숑 등)이 추천된다. 활동적이고 경계성이 높으며 잘 짖는 품종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입양을 자제하실 것을 권한다.

2. 산책은 누가 맡을 것인가?

개는 산책을 좋아한다. 활동적인 품종일수록 넓은 공간을 산책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하루 1회 이상 산책을 보장하여야 한다. 체형이 큰 개는 돌발상황에서 개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가족이 동행하여야 한다. 산책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가족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개 질병에 따른 평균진료비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자료출처: https://www.antheminsurancegroup.com)
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금이나 보험가입이 필수인 시대가 도래하였다. (자료출처: https://www.healthypawspetinsurance.com)

3. 식비 등 비용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

반려동물을 위해 일정 수준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료, 간식, 영양제, 용변 패드, 미용, 옷, 하우스와 장난감, 산책 또는 여행을 위한 경비 지출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들의 행복이자 의무이다. 2019년 현재 소형 반려견에 지출되는 한 달 경비는 20만원 내외임을 참고하자.

4. 사회화 과정과 질병 예방을 위한 정보를 갖추었는가?

중성화 수술, 예방 접종, 기생충 예방, 심장사상충과 진드기 예방, 사회화 교육 과정은 반려동물과 가족의 건강뿐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는 펫티켓임을 명심하자.

5. 동물등록과 마이크로칩 장착을 이해하고 있는가?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시술되어있는 유기견과 유기묘는 없다. 피부에 삽입된 (내장형) 마이크로칩은 동물의 신분증이며 보호자의 연락처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은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나 다름없다.

5. 노령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봤는가?

동물은 사람보다 7배 정도 노화가 빠르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10살이 되면 노령동물로 여겨 더 잘 돌봐주어야 한다. 노화에 따른 인지장애(치매)와 퇴행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선 가족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더 자주 동물병원을 내원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6. 동물진료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생명은 항상 건강할 수 없다. 소형화된 동물일수록 질병의 소인은 많다. 우리나라의 동물의료 수준이 세계적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진료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저렴하다. 그럼에도 동물 의료비가 사람보다 10배 정도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납입하는 사회 의료보험제도의 특성상 소득이 낮을수록 납입보험료가 낮고 환자의 치료비 부담률이 경감되기 때문이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미국의 개 질병에 따른 평균진료비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자료출처: https://www.antheminsurancegroup.com)

동물진료비는 100% 보호자가 부담하며 여기에 10%의 부가세가 더해진다. 사람 의료비는 면세이며 의료비 중 본인 부담률은 평균 25%, 특히 아이에 대한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현저히 경감되어 있다.

이에 더해 사람들은 단순 질환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동물 질병은 보호자가 동물의 이상 증상을 인지한 상태라면 이미 질병이 심각해져 종합적인 검사와 치료, 입원, 수술이 요구되는 중증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질병 때문에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동물을 유기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따라서 동물 진료비가 부담스러울수록 보험에 꼭 가입하시기 바란다. 동물의 나이와 보장되는 질병의 종류에 따라 보험료는 차등화되어있으며 월 3~6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동물보험을 추천해 드린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생명 지킴이로서의 첫걸음이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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