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 앞에 나와야 광고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연예인은 광고의 필수였다. 9시 뉴스 앞에 연예인이 제품을 들고 웃는 것이 그 시대의 광고였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더 이상 뉴스 앞에 광고할 필요가 없어졌다. 네이버, 다음에 가면 광고가 넘쳐났다. 포털사이트는 광고비로 엄청난 매출을 이어갔다.
2009년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광고는 또 달라졌다. 더 이상 PC 화면에 나오는 광고에 목맬 필요가 없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SNS의 등장으로 광고 제작을 위해 굳이 광고회사에 의뢰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어졌다. 광고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음식 사진과 글 한 줄이 광고가 되어 버렸다. 본의 아니게 전 국민이 광고인이 되었다.
광고의 태생부터 2010년까지 우리는 보는 광고에 익숙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광고는 또다시 변화하시 시작했다. 우리 뇌는 더 이상 시각 자극만으로 메시지를 기억하지 못했다. 시각적 충격을 넘어 광고를 경험했을 때 비로소 메시지가 뇌에 달라붙었다. 사람들이 똑똑해질수록 광고인은 더 똑똑해져야 했다. 그렇게 광고는 사람을 따라 변했다.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해 광고를 경험하게 하는 '인터렉티브 광고(interactive advertising)'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광고는 어떻게 변화할까? 4차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인공지능'이다. 그렇다. 앞으로 광고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기술'이다. 광고와 기술이 만나 당신에게 파고들 것이다. 더 나아가 광고는 이미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위한 맞춤형 광고로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2002년에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미래 광고에 대해 잠시 맛볼 수 있다. 톰 크루즈가 광고판 앞을 지나가면 그의 동체를 인식해 그의 상황을 파악한다. 모든 사람의 정보는 ID화되고 그것으로 성별, 나이, 경제 상황 등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필요한 상품을 추천한다. 만약 금요일 밤 퇴근 시간이라면, 또 당신이 매주 금요일 밤 치킨을 시킨다는 데이터가 있다면 광고판은 그에 맞는 카피로 유혹할 것이다. "김종섭 씨, 오늘 불금인데 치킨에 생맥주 한잔 어때요? 당신이 좋아하는 간장치킨 집이 100m 앞에 있습니다"라고 유혹할 것이다.
독일의 공익단체인 미제레오르(MISEREOR)는 'the social swipe'라는 캠페인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디지털 광고판에는 빵이 놓여 있고 그 중간에는 신용카드를 긁을 수 있게 제작했다. 기부자가 신용카드를 긁으면 2유로(약 3,000원)가 기부되면서 빵이 잘린다. 그리고 한 사람이 잘라진 빵을 가져간다. 기부하면 빈민국의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표현했다. 즉, 기부하는 즉시 자신의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캠페인은 재미있는 경험과 좋은 일을 하는 공익성을 동시에 잡았다. 기술을 입힌 '인터렉티브 광고'의 효과는 대단했다. 공항에 설치된 한 달 동안 기부된 금액만 3,000유로였다. 전년 대비 3개월 이상 정기 기부자들의 비율이 23%나 증가했다. 기부한 후에는 카드 청구서로 지속적인 후원을 권하고, 기부금의 사용처를 알려주었다. 새로운 기법의 마케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광고는 더 이상 광고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삶 자체가 광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광고로 소비자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광고를 만들지 마라. 대신 우리 삶 속에 녹여진 이야기를 말하라. 광고인지 몰랐지만 광고였던 것. 광고의 냄새는 아주 약하도록 만들고 우리 삶의 향기를 강하게 풍기도록 하라.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은 광고가 될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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