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펠레와 찌질이

입력 2019-04-25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별명은 '펠레'다.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다. '펠레의 예언은 저주'라는 말처럼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번번이 빗나갔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한 인터넷 매체가 손 대표의 징크스를 정리한 것을 보면 '참으로 운이 없는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2006년 대선 경선을 위한 100일 민심대장정→북한 1차 핵실험, 2007년 한나라당 탈당→한미 FTA 타결, 2011년 민간인 사찰 농성→연평도 포격 사태, 2016년 정계 복귀 및 개헌 제안→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손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야심 차게 진행한 민심대장정이 얼마나 처참하게 마무리됐는지 밝힌 적이 있다. "민심대장정 마지막 날, 전국의 방송 카메라와 모든 기자들이 나왔어요. 하필 그날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어요. 다음 날 신문에 한 줄도 안 나왔어요."

지지리도 불운한 손 대표에게 2016년 마지막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2년 가까이 전남 강진군 만덕산에서 칩거하던 중 20대 총선을 앞두고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이 간곡하게 지원 유세를 요청했다. 손 대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거절 이유는 그만의 정치 셈법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크게 패하면 자연스레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될 것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총선 결과는 예상 밖으로 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으니, 명분과 실리를 날려버린 셈이다. 손 대표가 찬란한 경력과 참신한 이미지를 겸비하고도, 대선 문턱에서 좌절한 것을 보면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손 대표가 24일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하자, "사보임 해달라는 요청"이라 우기며 교체를 주장했다. 익히 알려진 손 대표의 합리성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행위다. 일부에서 손 대표가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민주당과 합당해 대선 후보로 추대될 생각에 '무리수를 둔다'는 말까지 나왔다. 과거 행적을 생각하면 전혀 근거가 없는 예상은 아니다. '대권욕' 때문에 원칙과 순리를 저버린다면 이언주 의원의 말처럼 '찌질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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