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 선진국 쓰레기 몸살

입력 2019-04-24 15:41:05

두테르테, 캐나다에 "쓰레기 되가져가라…안 그러면 직접 할 것" 엄포
말레이시아도 밀반입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골머리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 서방 선진국들의 쓰레기가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로 들여와 해당 국가들이 반발하거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중국이 지난해부터 수입을 중단한 뒤부터 플라스틱 쓰레기의 동남아 국가 밀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24일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캐나다가 2013~2014년 필리핀에 보낸 쓰레기 컨테이너가 유독성 폐기물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쓰레기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캐나다에 이를 되가져 갈 것을 촉구했다. 그는 "캐나다는 저 쓰레기를 빼가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캐나다로 배를 타고 가 그들 쓰레기를 거기에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전에도 수차례 외교적으로 항의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쓰레기 선적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며, 민간 업체에 쓰레기를 캐나다로 되가져오라고 강요할 권한도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쓰레기 반환 논란으로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캐나다의 인권 문제 제기에 이어 양 국간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미국, 영국, 호주, 독일, 스페인 등에서 밀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량으로 적발해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요비인 말레이시아 에너지·과학기술·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쿠알라룸푸르 인근 포트 클록 항(港)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129개가 방치돼 있다고 전날 밝혔다.

요 장관은 이런 쓰레기 컨테이너가 페낭 등 여타 지역 주요 항구에서도 발견됐다면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플라스틱 제품으로 속여 밀반입된 쓰레기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에서 쓰레기를 수입해 큰 이익을 얻는 범죄조직들이 있다"면서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적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전량 배출국으로 돌려보내고 수출업자와 운송주선업자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이래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각국은 플라스틱 쓰레기 반입이 급증하는 현상을 겪어왔다.

그린피스 말레이시아는 작년 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말레이시아에 2018년 1∼7월에만 75만4천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반입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중국 내에서 영업을 못 하게 된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업자 중 일부가 말레이시아에 새 사업장을 차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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