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읍성 복원]<하>공북문 원형 복원 시도, '4대문 외곽선 조형물' 등 차선책도 고려해야

입력 2019-04-25 17:22:54

중구청 "공북문 일대 상인들과 부지 매입 협의", 전문가 "원형 잘 표현하는 참신한 상징물 만드는 것도 방법"

대구읍성 4대문 중 원형 복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평가되는 공북문이 있던 중구 북성로 일대 모습. 사진 왼쪽에 북문(공북문)터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읍성 4대문 중 원형 복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평가되는 공북문이 있던 중구 북성로 일대 모습. 사진 왼쪽에 북문(공북문)터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최근 지역에서는 오랜 세월이 들더라도 대구읍성의 영남제일관과 공북문 등 핵심 관문을 원 위치에 원형으로 고증,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원형 복원이 불가능하면 원래 터에다 특색있는 대체 상징물을 조성하되 그 의미를 널리 알리자는 의견도 나온다.

◆4대문 중 공북문 복원이 희망적, 부지 매입 관건

외국에선 소실된 문화재를 성공적으로 복원해 문화재의 빛을 더하는 경우가 적잖다. 화재와 방화로 소실됐다 복원된 일본 나라·교토의 호류지 금당과 긴카쿠지 금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거릿 미첼(1900~1949) 집필실 '미첼 하우스'가 좋은 사례다.

대구 중구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복원 가능성이 희박한 대구읍성 성벽과 달리 4대문은 복원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최근 발견된 영남제일관·달서문 사진 등을 바탕으로 사진·전통건축물 전문가의 연구를 거쳐 원형 규모를 가늠한 뒤 당대 건축재료와 기법을 활용, 복원할 여지가 있다는 것.

옛 사진 연구가인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은 "원형을 무리하게 추정해 틀린 복원물을 만들기보다 사진을 확보한 영남제일관과 달서문을 원형대로 옛터에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진 속 옛 영남제일관의 출입문 규모는 1980년 대구시가 망우공원에 축소복원한 것보다 1.5배 커 보인다. 2층 문루도 기둥 6개로 나뉜 5칸으로 나타나 복원물보다 2칸 더 컸다"고 지적했다.

문루 칸수는 경상감영의 권위와 중요성을 상징하는데, 숭례문 등 서울 4대문은 5칸이었음을 감안하면 대구읍성의 위상이 유달리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중구청은 영남제일관, 달서문 터가 주변 현대백화점·동아백화점 방문 차량의 통행로로 쓰여 복원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 공북문(북문) 복원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조선시대 읍성 4대문 중 공북문은 임금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였음을 고려해 달서문과 비슷한 형태로 그보다 높고 크게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차량과 행인 통행량이 많지 않은 데다 우회도로도 다수 존재하고, 토지 보상가도 다른 곳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북성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을 계기로 주변 상인들과 매매를 논의 중이다.

중구청 측은 "상인들 반대가 강경하다면 굳이 매매를 강요할 수 없다. 여의치 않다면 차순위 대책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구읍성 4대문 중 원형 복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평가되는 공북문이 있던 중구 북성로 일대 모습. 사진 오른쪽에 북문(공북문)터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읍성 4대문 중 원형 복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평가되는 공북문이 있던 중구 북성로 일대 모습. 사진 오른쪽에 북문(공북문)터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원형 또는 상징물 복원해 역사성 알려야

전문가들은 원형 복원이 어려울 경우 대체 상징 조형물이라도 조성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역사 복원은 건축물을 되살리는 것보다 그 건축물이 건립된 당대의 시대상과 역사적 의미, 주변에서 발생한 중요 사건 등을 해당 장소에서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는 이유다.

대구읍성의 성벽 높이에 맞춰 동성로 가로등을 조성하고, 이상화 고택 주변 골목에서 당시 골목 폭만큼 바닥재를 달리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구읍성 복원 연구에 참여한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구읍성 주요 시설의 원래 터에 원형을 복원하려면 현재로서는 공북문이 최선이다. 차순위로는 각 성문터에 상징조형물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상징물 조성 방법으로 ▷원형을 축소복원한 상징물 설치 ▷야간 레이저아트 구현 ▷건축물 원형을 본떠 외곽선만 설치하는 프레임아트 ▷같은 장소 지하에 기념관 및 VR 체험관 건립 등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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