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인사청문회의 사전적 정의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 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검증받게 하는 제도다.
한 때 2명의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의 후보는 대법관 퇴임 후 받은 수임료 수입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아 평소의 그답지 않게 전관예우 특혜로 부를 축적했다는 이유로, 또 한 사람은 쓴 글이 친일 망국적인 역사관을 토로하고 있다는 이유로 언론이 앞장서 파헤치자 야당은 후보직에서 물러나라 하고, 민심이 등을 돌리자 여당도 비호할 수만은 없어 결국 둘 다 낙마하게 되었다.
선진국에서도 총리든 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청문회에 앞서 구설수에 오르게 되어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는 구설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치부를 드러내고 만다.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논문 베끼기, 역사관, 전관예우, 병역문제, 탈세, 부동산 투기, 위증, 음주운전, 전과 등등 파헤치면 비리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런 자들을 고위 공직자로 천거하는 나라꼴이 말이 아니지만 정말 이런 자들밖에 인재가 없을까? 그렇다면 나라꼴이 더욱 서글프다.
차라리 나라에서 고위 공직자를 '공개모집'하면 어떨까?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자들만 응모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아예 생각을 품지도 못하게 공모제를 한번 해보자. 하자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응모하면 서류 탈락시키고 언론에 공개해서 욕을 보게 하면 제대로 품격 있는 분이 고위 공직자가 될 것이므로 청문회 따위 안 해도 될 것이다.
인재가 서울 쪽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 공모를 하게 하면 전국적으로 지원자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널리 인재를 쓴다는 의미도 부각될 것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을 뽑아 놓고 출신지 안배 운운할 게 아니라 실재로 지역에 살고 있는 유능한 인재를 뽑아 써야 할 것이다. 정부의 인사를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만 뽑아 올리지 말고 제주도를 포함해서 전국적으로 살펴봐서 어떤 곳에서라도 머리와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을 바탕으로 하되,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을 뽑아서 쓰면 언론이 오히려 칭찬하지 않겠는가.
이참에 혁신 도시를 만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고 인사가 만사라 했으니 인사의 혁신을 도모해볼 일이다. 대한민국에 서울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은 서울보다 훨씬 넓다. 손상호(경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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