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을 키울 때 조심해야 할 것들

입력 2019-04-24 18:00:00

건우(오른쪽)-송우(왼쪽) 형제는 요즘 메주와 노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강민호 기자
건우(오른쪽)-송우(왼쪽) 형제는 요즘 메주와 노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강민호 기자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성행하지만 강아지는 사람이 일일이 챙겨야 하기에 '키운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오죽하면 강아지 한 마리와 생활하는 게 갓난아기 한 명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하겠나? 완벽하게 말이 통하지 않는 강아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갓난아기와 같다. 그래서일까. 준비도 없이 욕심만 앞서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또다시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농림축산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도 한 해 동안 유실되거나 유기된 강아지가 10만 마리가 넘었다. 최근 유기 동물 긴급구조부터 입양까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 유기견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번 버려졌던 강아지. 입양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키워야 할까?

◆유기견 유기묘 이야기

▶유기견과의 인연

건우네와 유기견 메주는 천생연분이다. 유기견 메주가 가족이 되면서 건우네 집은 웃을 일이 늘어났다. 집 안에서 메주는 열사람 몫을 한다. 애교가 넘쳐나 딸이 없는 집에서 가족 앞에서 재롱을 부리기도 하고, 두 아들의 레슬링 상대가 되기도 하고, 가족이 현관을 오갈 때마다 가장 먼저 반기고 마중하는 가장 애교가 넘치는 가족원이다.

사실 건우네가 유기견을 입양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특히 엄마 향숙 씨는 걱정이 많았다. 집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편인데 강아지를 키우면 지저분해지거나 냄새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았기에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였다. 막상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부담감도 컸다. 고모네가 다니는 동물병원에서 유기견을 구조해 분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향숙 씨는 평소 아이들이 강아지를 너무 좋아했는데 유기견이라면 입양비용 부담도 적고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키우면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예쁜 강아지도 많았어요. 그런데 건우가 메주가 아니면 싫다고 하더라고요." 인연이었던 걸까. 향숙 씨는 이왕에 분양을 받을 거라면 이름난 종(種)에 귀여운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은 믹스견, 소위 똥개로 불리는 메주만 고집했다.

메주가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 중이지만 아직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버려졌을 때 트라우마가 생긴 걸까? 낮에 산책을 나가면 신나게 거리를 활보하던 메주가 저녁이 되면 집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컴컴한 밤에 메주를 데리고 밖에 나간 적이 있는데 땅에 내려놓는 순간 주저앉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메주가 희한하게 저녁만 되면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함께 외출할 때는 안고 나가서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만 인지시키려 해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것도 메주가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유기묘 까미

예진 씨는 2년 전 유기묘 까미를 입양했다. 평소 방송에서 유기묘 이야기를 자주 보다가 어느 날 동물병원에 붙은 '유기묘 입양하실래요?' 라는 게시물과 함께 까미와 만났다. 이 날은 까미의 안락사가 예정된 이틀 전날이었다. 버려져 방치된 지 몇 달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까미는 심하게 예민한 성격 때문에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예진 씨는 그런 까미가 자신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배변훈련이 잘 되어 있다는 말에 예진 씨는 주저 없이 까미를 입양했다.

집에 데려온 후에도 까미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료를 잘 먹지 않았고, 예진 씨 앞에 몇 주 간 예진 씨를 피해 다녔다. '마음의 상처가 깊구나.' 예진 씨는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향이 강한 습식사료를 사다 놓고, 고양이와 놀아줄 장난감도 여럿 준비했다. 까미와 장난치며 노는데 까지 두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평소 인터넷에서 영상이나 정보를 많이 찾아보는데도 실전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상처가 많은 유기동물과 친해지려면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동물은 단순해요. 마음을 주는 만큼 돌려줍니다."

◆유기동물을 입양할 때 준비해야 할 것들

유기견은 버려진 경험을 가지고 산다. 강아지는 어떤 동물보다도 인간과 가깝게 생활하는 만큼 교감의 깊이도 남다르다. 한 번 버려진 강아지는 상처를 갖고 살기 때문에 사람 눈치를 보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대구 수성구 유기견 보호센터를 맡고 있는 신세계동물병원 곽소현 원장은 최근 유기견을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나 입양이 쉬워졌지만 부작용도 많다고 지적했다. "요즘엔 유기동물 구조부터 치료, 입양까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입양 전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 강아지도 마찬가지지만 상처가 있는 유기견 입양은 결코 쉽게 생각하고 결정해선 곤란하다."고 했다. 곽 원장은 유기견이나 일반 강아지를 입양하는 가족에게 몇가지 알고 준비해야할 사항을 당부했다.

▶여유가 있어야

동물은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입양할 수 없다. 현실적인 양육비용, 그리고 투자하는 시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유기동물은 공짜가 아니다. 입양 비용이 드는 건 아니지만 길거리에 방치되었을 당시 무엇을 먹고 다녔으며 어떤 질병을 얻었을지 알 수 없다. 통상 동물병원에서 분양하는 유기동물은 기본 접종은 마친 후 입양되지만 향후 어떤 상태가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입양을 결심했다면 유기견이 갖고 있는 질병을 치료하고 보살필 수 있는 금전적, 심적 여유는 각오해야 한다.

▶관련 공부는 기본

동물은 품종 별로 질병이나 체질, 식성이 다르다. 피부병에 걸리기 쉬운 종이 있고, 잡종(雜種)이라 하더라도 강아지나 고양이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재료나 피해야 하는 행동에 대해선 파악하고 입양해야 한다. 특히 건강에 대한 지식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말을 못하는 강아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다. 건강뿐만 아니라 동물의 성격, 식성, 체격 등 필수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 많다. 육아를 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동물과 함께 생활할 때도 미리 공부해야 한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동의와 이해는 필수

강아지에겐 산책이 필수이다. 고양이와 달리 외로움을 많이 타는 강아지는 함께 산책을 나가거나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1인 가족이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강아지를 키워서는 안 된다. 강아지를 입양할 때는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동의는 물론 똑같이 강아지에 대한 기본 지식은 같이 공부해야 한다. 자신을 대하는 가족의 모습이 제각각이라면 강아지도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천천히 바꾸려 해야

한 번 상처받은 강아지는 성격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메주의 경우에서 보듯 저녁 산책을 무서워한다거나 배변부터 배식까지 이전에 겪은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에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가족은 강아지가 학습하고 적응하기까지 기다려주는 여유를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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