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구읍성을 복원하자는 주장이 재점화하고 있다. 오늘날 대구를 있게 한 역사적 기반 중 하나였던 곳인 데다, 4대문과 성벽 등 흔치 않은 구조물이 많아 관광 명소로도 제격이라는 이유다. 대구읍성 복원 필요성과 그 방안에 대해 중구청과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의 구상을 두 차례 짚어 본다.
◆일제에 철거된 300여년 역사 대구읍성
한반도의 고대에서 중세 시대 성곽으로 도시를 둘러쌓은 읍성은 외적 침입을 방어함과 동시에 관부(행정)와 병영(군사), 민거(군·현민 거주지) 기능을 아우르는 구조물이다.
대구읍성은 선조 23년(1590년) 왜구 침략에 대비해 토성으로 처음 쌓았다가 임진왜란으로 파괴된 후 영조 12년(1736년) 석성으로 다시 축조했다. 성곽 둘레는 2천560m, 폭은 8.7m, 높이는 3.5m 전후로 알려졌다.
오늘날 동성로·서성로·남성로·북성로로 조성된 네 방위 성벽에는 과거 진동문, 달서문, 영남제일관(주 관문), 공북문의 4대문이 있었다. 성곽 네 모퉁이에는 동소문·서소문 등 부 출입문과 4방위 망루(동장대·서장대·남장대·북장대)도 존재했다.
성내 북동쪽에는 경상도 관찰사가 근무하는 행정기관 경상감영이, 북서쪽에는 관리들 객사인 달성관이 있으며, 이 밖에도 화약창, 병영, 남쪽의 주거지 등이 위치했다.
대구읍성은 1907년 일제가 한반도 내 일본인 거주지를 확보하고 조선 왕조의 정체성을 말살하고자 전국 읍성을 철거하면서 함께 파괴됐다. 성벽 터에는 신작로가 조성됐고, 성벽을 이루던 팥죽색 안산암 성돌은 신축 건축물 자재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대구시·중구청 '사료 확보, 상징 조형물 조성'
대구시와 중구청은 지금껏 사료를 바탕으로 원형 또는 상징물을 복원하거나 사료를 모으는 데 주력해 왔다.
대구시는 1980년 남문인 영남제일관을 대구 수성구 만촌동 금호강변 망우공원 일대에 복원했다. 타 지역 성곽 형태와 과거 발굴된 영남제일관 사진 등 일부 사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원형을 살렸다.
이후 중구청은 지난 2002년 대구 한방테마거리 조성공사 때 성벽 석축(기초석·주춧돌)과 근대 우물, 영남제일관 토층 등을 발굴하면서 대구읍성의 실체를 확인하고 복원 시도에 나섰다.
2012년에는 대구읍성 상징거리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시민 상대 성돌찾기 공모를 벌여 옛 계성고등학교 담장과 아담스관 벽 등 대구 곳곳에서 성돌 300여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모양의 돌들을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젊음의 광장 일대에 모아 조형물 겸 쉼터로 조성하기도 했다.
북성로와 동성로가 만나는 대구역 맞은편 모퉁이에는 대구읍성 복원 모형도와 안내문을 설치했고, 북성로 일대에서 발견된 성벽 주춧돌도 투명 구조물을 덮어 발굴된 모습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중세·근대 지도를 고쳐 현대 주요 도로를 표시한 한글판 읍성 복원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중구청은 대구 곳곳에 3만여개의 성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3년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자료 가운데 영남제일관과 달서문 사진이 발견되면서 사대문 복원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특히 달서문 사진은 가로 3칸, 측면 2칸 구조의 팔작지붕 형태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민·관 합심 "북성로 일대라도 복원 검토"
중구청은 지난 2월부터 달성토성·경상감영·대구읍성 유네스코 등재를 목표로 연구용역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북성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벌이며 영남제일관과 공북문 복원 및 이전복원 계획도 구상 중이다. 두 사업 모두 대구읍성 복원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원호(이상화 시인 가문 종손) 추진위원장을 필두로 지역민이 모여 만든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추진위 관계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원형 존재가 필수인 만큼 복원 필요성이 높다.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부라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곽 터 대부분은 도로(차도·보도)로 바뀌어 이곳에 성곽을 원상 복원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차도로 쓰는 서성로에 성벽이나 달서문을 세웠다가는 도로 폭이 좁아지거나 차량 통행을 가로막는 상황도 우려된다. 이런 이유로 중구청은 성벽 형상 중앙분리대를 세워 원상 복원을 대신했다.
도심 한가운데에 편입된 대구읍성터 일대의 비싼 땅값을 보상해 복원 부지를 마련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약령시의 영남제일관, 동성로의 진동문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나마 공북문 일대가 복원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곳은 주변이 소방도로이거나 2차로에 그치고, 주변 대부분이 공구상점이라 행인과 차량 통행량이 비교적 적다. 주변 상점, 식당과 협의해 부지를 매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매매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원상복원이 불가능할 경우엔 상징 재현물이라도 만들고자 방안을 고심 중이라는 게 중구청의 설명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대구읍성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지 못하더라도 일부 주요 상징만큼은 반드시 조성해 최대한으로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방안을 찾아 대구의 뜻깊은 상징물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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