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 '버틀러'는 '집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흑인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버틀러'는 1952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34년간 백악관에서 8명의 대통령을 모신 흑인 집사 유진 앨런의 실제 일대기이다. '대통령의 집사'란 별칭을 가진 이 영화는 인종차별로 부모를 잃은 흑인 꼬마에서 미국 최고의 버틀러가 된 주인공의 가족사를 통해 집사의 삶과 애환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여기서 버틀러(Butler)는 집사(執事)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에 왕궁의 일을 총괄하던 집사라는 벼슬자리가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사는 고관대작이나 대부호의 금전 출납 및 토지(영지) 관리는 물론 주인이 없을 때는 대리인 역할까지 했던 최고의 심복이기도 했다.
따라서 집사는 성실하고 명석해야 하며 과묵(寡默)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집사야말로 왕가는 물론 명가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입이 무거워야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사를 잘못 둔 격이 되었다.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자신의 인종차별 언행과 불륜관계 시비 그리고 '러시아 스캔들' 등 각종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집사 복이 없다. 40년 지기(知己)로 자신의 집사로 불리던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을 하며 등을 돌린 것이다. 동·서양의 뉘앙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영어로 스튜어드(Steward) 또한 집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관리하는 정신과 자세를 스튜어드십이라고 한다.
따라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란 집사의 직무 원칙 또는 가이드라인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찬반양론이 드세다. 관건은 국민이 노후 보장을 위해 맡겨 놓은 초대형 연금기금을 집사가 충실히 운용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느냐에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오히려 주인인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고 국민을 배신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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