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 출발 후 도사서원까지 800리(320㎞) 귀향길 그대로 따라 걸어
'맑은 향내 너무 사랑하며, 스스로 생각하며 읊조리네. 이제 내가 다시 올 약속 지켜 돌아왔으니, 밝은 세월을 저버렸다고 허물일랑 마시오.'
퇴계 선생은 1569년 음력 3월 4일 임금의 허락을 얻어 조정을 떠난 지 14일만인 3월 17일 고향 안동 도산에 도착했다. 때마침 도산에는 선생께서 사랑하고 아꼈던 매화가 곳곳에 피었다. 다시 돌아오겠다 약속한 매화와의 언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시로 남겼다.
비록 선생은 도산에 돌아와 1년 9개월 후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소원했다. 이를 위해 '나아감보다는 물러남'을 택해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하고, 학문연구와 후학양성에 힘썼다.

450년 전의 여정에 맞춰 퇴계 선생 귀향길 재현단도 21일(음력 3월 17일) 안동시 도산면 정상에서 도산서원까지 1㎞ 구간의 걷기 행사를 끝으로 선생의 귀향길을 오롯이 재현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 봉은사를 출발한 재현단은 퇴계 선생의 800리(320㎞) 귀향길을 그대로 따라 걸었다. 다만 충주댐 건설로 수물된 구간 70여㎞는 선박으로 이동했다.
지나는 지역마다 퇴계 선생 시를 읽기도 하고, 선생의 철학에 대한 강의도 했다. 영주에서는 초취부인 김해 허씨의 묘소를 참배했고, 이산 서원을 찾아 선생의 자취를 더듬기도 했다.
마지막 걷기 행사엔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세 안동시장, 김광림 국회의원, 전국의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지도위원 등과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함께 걸으면서 귀향길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도산서원에 도착한 귀향길 재현단은 곧바로 상덕사에서 고유제를 지내며 그 동안의 재현 경과를 고했다.
이근필 퇴계 선생 16대 종손과 이희범 퇴계학진흥회장 등은 축하인사를 통해 "선생은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소원했고 그것을 사명이라 여겼다. 오늘날 우리도 삶을 항상 되돌아보고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기현 전북대 명예교수는 '퇴계 선생 은거 생활의 지평'이라는 주제로,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는 '퇴계 선생, 그 위대한 낙조'라는 주제로 기념 강연도 펼쳤다.
퇴계 선생은 생의 마지막 1년 9개월 동안 시를 원하고 배움을 구하는 이들에게 자상한 가르침과 귀한 글을 내리는 등 군자로서 유종(有終)하는 본보기를 보였다. 학문과 인격을 완성하고 후학을 양성함으로써 만세의 사표가 됐다.
김병일(도산서원 원장) 퇴계선생귀향길재현단장은 "임금은 병이 낫는 대로 다시 곁으로 오기를 전갈했으나, 퇴계 선생은 사직 상소를 여러 차례 올리며 사양했다"며 "오늘 날은 물질적으로 크게 풍족하나 개인은 불행해지고 반목과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퇴계 선생의 마지막 귀향 후 삶이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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