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까지 독거노인이라 하면 자식이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모를 모실 의향이 없어 발생하는 타의적 독거노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최근에는 '혼자가 편해서' 자발적으로 독거를 선택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별거를 희망(8.7%)' 하거나 '자녀의 가정형편이 어려워(2.2%)' 등의 이유보다 개인 생활을 향유(26.2%)하거나 기존 살던 집을 선호(18.5%)해 혼자 사는 노인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도 노인실태조사와 비교했을 때 자발적 독거노인의 비율이 20% 이상 늘어났다. 나이가 들면 자식에 기대어 생활하는 전통적인 노후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 자발적 독거를 선택한 노인들의 실제 모습은 어떠할까?
▶요리하는 할아버지
강재구(76) 씨는 최근 독거노인을 위한 요리교실에 다니고 있다. 매주 수업을 가면 일주일간 먹을 반찬 두 가지를 만들어 집으로 가져온다. 요리교실에서는 마른반찬과 국거리 요리를 번갈아 가르쳐주는데 몇 달째 배워보니 이제는 요리를 응용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남자 혼자 살면 밥이나 챙겨 먹느냐? 뭐 먹고 사느냐고 물어보는데 닥치면 다 합니다. 특히 요리는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요."
5년째 혼자 생활하는 강 씨는 취미생활 하기에 바빠 심심할 겨를이 없다. 수시로 강정보로 나가 자전거를 타고, 노인복지관에서 악기를 배우거나 필요한 수업을 듣는다. 강 씨는 1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서울 아들 집에서 잠시 살았다. 아들과는 한참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데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집도 넓고 손자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금세 불편해졌다.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며느리도 자식이라 생각했지만 거의 평생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라 똑같이 생활패턴을 맞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아들 내외와 잘 지낼 때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해 한 달 만에 대구로 돌아왔다. "내 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직 혼자 잘 걸어 다니는데 자식 수발이 필요합니까? 각자 편하게 사는 게 좋아요. 혼자 살아도 취미 생활하며 바쁘게 잘 지내고 있다고."말했다.
▶불편한 동거
"작은 볼일도 앉아서 보랍니다. 큰 불화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내가 따로 사는 게 편해 사나흘같이 있다 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정환(87) 씨는 자발적 독거노인이다. 2년 전 급성 폐렴을 앓던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남았다. 김 씨는 24평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한다. 최신 밥솥은 아내 못지않게 밥을 잘하고, 즉석 국이나 레토르트 반찬도 맛있고 편리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자식들과 안 살아본 건 아니다. 아내가 떠난 후 결혼한 둘째 딸이 모시겠다고 해 함께 생활했지만 불편한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부녀는 반평생 이상 따로 살았기 때문에 생활 방식이 너무 달랐다. 환갑에 가까운 딸도 어린 손녀를 보는 할머니였다. 김 씨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도 딸은 아이가 있는데 냄새난다며 끊을 수 없냐고 했고, 결국엔 손자며느리가 변기에 소변이 묻어있는 걸 싫어한다는 소릴 듣고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김씨는 "내가 이 나이까지 해오던 걸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자식이라고 부모한테 훈계를 하고 싶겠습니까? 따로 살면 서로 간섭할 일이 없어서 좋다."말했다.
▶자발적 독거노인 필요조건
노인이 혼자 살기를 원하더라도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 장긍표 부회장은 노인이 혼자 생활하기 위해서는 거동이 자유로울 정도의 건강한 신체, 그리고 규칙적인 대외활동을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자발적 독거 중인 장 부회장은 "물론 혼자 살면 편할 수 있지만 노인은 혼자 생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수시로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하거나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복지관도 독거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개하고 있다. 달서구노인복지관은 지난해 '100세 힐링센터'를 개소했다. 노인들이 단순히 여가를 보내는 노인복지관을 넘어 100세 힐링센터에서는 홀로 생활하는 노인이 흐트러짐 없이 일상을 계획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방법부터 스마트폰 활용 방법, 요리 등 수업을 통해 독거노인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다양한 방법을 공유한다. 김진홍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장은 "여태까지 독거노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발적 독거를 선택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려는 노인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복지관도 변화에 발맞춰 혼자 사는 노인이 100세 노후를 어떻게 준비할지 방법을 공유하고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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