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이란 게 있다.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충동적 허언증이나 거짓말을 숨기려고 다시 거짓말을 하는 습관적 허언증과 달리 자신이 꾸며낸 거짓을 진짜로 인식해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그러나 그 밖의 행동은 정상적이어서 쉽게 구별해내기 어렵다.
1891년 안톤 델브뤼크라는 의사가 처음으로 개념화했는데 질병은 아니고 거짓말과 '망상' 중간 정도의 정신병리학적 증후군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7년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한사코 이를 부인한 신정아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예일대 박사학위가 없음이 드러났는데도 '증명'하겠다며 미국을 오갔고 캔자스대를 나오지 않았는데도 '확인 중'이라고 둘러댔다. 이를 두고 국내 정신과 전문의들은 공상허언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증상의 특징 중 하나는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곡한 사실을 진실이라 믿으니 당연하다. 거짓말을 하면 호흡, 심장 박동수, 혈압 등에서 변화가 생긴다. 공상허언증은 이런 생리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8일 한 포럼에서 "(북한 김정은이)지난해부터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소리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경제)병진의 위대한 대업 성취" "(미국의)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 운운하며 핵 무력을 과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시정연설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김정은의 연설 그 어디에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은 없다. 오히려 "근본 이익과 관련한 문제에선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탄나고 있는 대북정책을 변호하려는 몸부림인가 아니면 공상허언증인가. 전자라도 걱정, 후자라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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