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지역 건설사 임원은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 건설사는 올 하반기 대구에서 5개 아파트 단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 시점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릴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꺾일 것이라는 건 확실한데, 과연 그 시기가 언제냐는 거죠."
요즘 지역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는 건 '불안감'이다. 주택 시장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 견본주택을 가득 메운 방문객들을 보면서도 건설사들이 최대한 분양 일정을 앞당기려 애쓰는 이유다.
요즘 대구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대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보합으로 전주와 변동이 없었다. 거래 시장은 얼어붙었다. 지난달 대구 아파트 거래량은 1천8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천454건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택 시장 호황의 유통기한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긍정론을 설파하는 이들은 적어도 올해는 매매 시장이 버틸 것으로 본다. 공급과잉으로 보기엔 아직 여유가 있다는 게 이유다. 올해 대구의 입주 예정 물량은 1만3천여 가구로 평년 수준과 다르지 않다. 신규 공급 물량 역시 1만5천~1만6천 가구로 감내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서비스 업종 위주인 대구는 제조업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수성구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구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도 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섞여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신호도 끊임없이 감지된다. 우선 거래량이 줄었다. 지난달 대구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2천3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천444건)과 비교해 30.5% 감소했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와 정부 규제가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대구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억6천738만원으로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특히 중구(3억6천만원)는 16.1% 급등했고, 수성구(3억9천750만원)도 전년 동기 대비 11.9% 올랐다. 일부에서는 주택 가격 약세와 분양 시장 호황이 이어지다가 5, 6월쯤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불안감은 기존 주택 매매 시장을 억누르는 요인이 된다. 과거에는 새 아파트가 분양하면 주변의 기존 아파트도 가격이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 침체와 함께 기존 주택 가격은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높다. 땅값과 노무비 상승으로 신규 분양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 아파트로 이사가려는 이들은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된다.
시장 침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장이 조정기로 접어들면 정말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건설사들도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입지와 분양가 등 분양성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게 돼 전반적인 상품성도 높아진다. 견본주택 공개 일정조차 하루 전에 공개하는 공급자 위주의 분양 행태도 사라지게 된다.
대구 주택 시장의 '나홀로 호황'은 머잖아 막을 내릴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연착륙 시키느냐'다. 정부의 선제 조치와 투자자들의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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