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지방선거 맞붙은 경쟁자에서 지역발전 맞잡은 협력자로

입력 2019-04-15 16:20:24 수정 2019-04-15 17:36:58

오도창 영양군수(왼쪽)와 박홍열 영천시 장애인복지관장이 영양군민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포옹을 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오도창 영양군수(왼쪽)와 박홍열 영천시 장애인복지관장이 영양군민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포옹을 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인구 1만7천여 명의 전국 최소단위 지자체인 영양군은 각종 기관이 인근 지역과 통폐합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지역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지역 민심은 잇따른 선거로 인해 사분오열, 앞이 캄캄한 암흑같은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 빠져든 영양의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오도창 영양군수와 박홍열 영천시장애인복지관장 등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맞붙었던 정치적 경쟁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기로 결의했다.

오도창 영양군수와 박홍열 영천시 장애인복지관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군의 화합을 다짐했다. 엄재진 기자
오도창 영양군수와 박홍열 영천시 장애인복지관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군의 화합을 다짐했다. 엄재진 기자

15일 영양군청 대회의실에서는 오 군수와 박 관장 등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쟁했던 당사자와 지지자들이 함께해 '우리는 원래 하나입니다'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 군수와 박 관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맞붙어 59표 차의 박빙 승부를 펼쳤다.

선거 과정에서 오 군수의 딸(33·영양군청 공무원)이 "박홍열 후보가 연설에서 저희 아버지가 결혼을 두번해 군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연설과 동영상을 베포해 법적 공방으로 이어져 왔다.

오 씨는 지난 3월 12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상윤 부장판사)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 판결시 공직자 신분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지역소멸 위기가 높아지고 지역민심이 갈라지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던 경쟁 당사자들은 지금까지의 모든 갈등을 내려놓고 손을 맞잡아 지역발전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오도창 영양군수와 박홍열 영천시 장애인복지관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군의 화합을 다짐했다. 엄재진 기자
오도창 영양군수와 박홍열 영천시 장애인복지관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군의 화합을 다짐했다. 엄재진 기자

오 군수와 박 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6·13시 지방선거가 끝난 지 300여일이 흘렀다. 선거 이후 지역 미래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민심의 분열과 갈등"이라 했다.

또, "갈등과 반목, 민심 분열의 중심에 내려 놓고 두 사람이 그동안의 모든 갈등을 내려 놓고 오직 영양 발전을 위해 뜻을 함께 모을 것을 군민 여러분 앞에서 약속" 했다.

이날 두 사람은 ▷일체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을 것 ▷지역사회와 공직사회에서 선거 후유증으로 비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실행하지 않을 것 ▷상호 존중하고, 정치적 경쟁자에서 지역발전, 군정의 동반자로 함께 하기를 약속 ▷자신들을 지지했던 지지자들과 단체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지역 갈등의 요인들을 없애 나가는데 노력할 것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그동안 딸의 선거유세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박홍열 선배께도 마음의 상처를 줘서 송구스럽다"며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지역발전에 함께하겠다는 통 큰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홍열 영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오 군수의 공개적 진정어린 사과와 지역의 어려운 현실을 지켜볼 수 없어, 선거과정의 잘잘못을 털어버리고 오 씨의 고소 취하 등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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