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시절 DMZ의 캄캄한 밤에 전선을 살피는 야간 적외선 투시경을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산야의 풍경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서양화법을 전공한 작가가 젊은 시절에 야간 투시경을 통해 접하게 된 시각적 이미지는 이내 그의 작품의 주요 색채로 자리 잡았다. 바로 붉은 색이다. 전통적인 우리나라 산수화는 먹의 농담을 통한 흰색과 검은색이 주류이다. 하지만 '붉은 색의 산수화 화가'로 알려진 이세현의 작품은 온통 붉은 색 일색이다. 바다 색깔은 여백 처리를 한 듯 하얗다. 고정관념의 파괴가 주는 충격은 특히 그의 1천호짜리 대작 앞에 서면 더욱 도드라진다.
갤러리분도가 열고 있는 이세현의 개인전 '붉은 산수 Red Sansu'전에 가면 그의 작품 20여점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제 고향이 거제도입니다. 거기서 태어나 섬과 붙은 통영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린넨 천을 덮은 캔버스에 유화로 완성한 그의 산수화, 아니 고향 풍경화는 실재와 관념을 오가며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단지 붉은 색만 바꾼다면 마치 그의 그림은 섬과 바다, 포구를 표현한 한 폭의 동양화를 닮았다.
고향의 자연으로부터 시작된 이세현의 기억형성은 1980년대 격변기의 대학시절과 군 생활을 거쳐 영국 유학을 마친 성년기까지 계속 이어져왔다. 작가는 유학 기간 동안 서구 회화와는 다른 관점에서 구축된 자신의 작품세계를 현재의 스타일로 완성하게 되는데 그 주된 방법이 동양화적인 기법이다.
그의 작품에는 또한 순수한 자연의 풍경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산수화 속에 해골이 있고 미사일 발사 장면도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유학 생활 중 기억을 재현하는 그림 방법을 피드백하는 기간이 됐던 작가에게 1980년대 우리나라 사회의 격변기를 겪은 경험은 그에게 사회비판과 현실참여의 은유로 형성되면서 그의 그림에 해골과 발사되는 미사일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얼핏 보면 붉은 산수화가 가뜩이나 편하지 않는데 거기에다 또 해골과 미사일이라니.
그러나 관람객이 약간의 관점 조정을 통해 이세현의 작품을 보면 그런대로 볼 만하다. 아니 이세현의 붉은 산수화는 일관되게 패턴이 반복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감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그림이 주는 느낌은 오히려 친숙해진다. 이게 그의 작품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 수 있다. 전시는 5월 4일(토)까지. 문의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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