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지리산 화개동/최석기 글'김종길 사진/지앤유 펴냄

입력 2019-04-11 11:29:48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심신이 편안한 거주지는 없을까? 이른바 무릉도원이 그러하다.

이 책은 지리산 화개동을 유람하고, 은거하고, 수도한 한국인들의 흔적은 찾아 나선다. 지리산 화개동과 사랑에 빠져 이곳에 기거한 것으로 전해 내려오는 서산대사와 최치원 그리고 그들이 자연에 남긴 흔적을 찾아 나선 많은 후대의 문인들, 시간을 넘나들며 이곳을 여행하고 그리워한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1558년 화개동을 찾은 조식은 "나는 물을 보고 산을 보았으며, 그 산수 속에서 고인을 만났고 그들이 살던 세상을 보았다"고 했다.

화개동에는 불교음악의 발원지 칠불사, 최치원이 학을 불러 타고 갔다는 청학동, 고려시대 한유한이 속세에 환멸을 느껴 떠나와 은거한 부춘동천 등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 수많은 화개동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무릉도원으로 안내해 준다.

화개장은 화개동으로 들어가는 동구로서 그 안에 삼신동천, 쌍계동천, 청학동천 등 신선 세계가 펼쳐져 있다. 일찍부터 화개동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때 묻지 않고 깨끗한 구역이며, 또 신선이 살고 있는 세계며, 권력의 억압이 미치지 않는 낙토(樂土)였다. 이 때문에 꼭 한 번 가서 흉금을 상쾌하게 하고 세속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고 올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뿐 아니라 화개동은 선인들과 승려들의 수도처이기도 했다. 이들의 수도처로는 지리산 주능선 영신봉 밑에 있던 영신사, 의신마을에 있던 의신사, 범왕리에 있는 신흥사 등 세 사찰이 유명했다.

지은이는 은거문화, 무릉도원, 신선 세계의 청정한 이미지, 수도처를 화개동의 4가지 문화원형으로 꼽고 이를 지켜나가고 알려 나갈 것을 주장한다. 39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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