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잉여현실] 공감의 법칙1

입력 2019-04-08 18:30:00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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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왕자가 자신을 수탉이라고 하며 입으로 음식을 먹고, 닭장에 들어가 잠을 자고, 횃대 위에 올라가 꼬끼오 하면서 울었다.

왕은 왕자의 병을 고쳐줄 수많은 의사를 찾았지만 아무도 고치지 못했다. 그러다 현자 라즈니쉬를 모셔왔다. 라즈니쉬는 왕자와 똑같이 입으로 음식을 먹고, 닭장에 들어가 잠을 자고, 횃대 위에 올라가 울었다. 3일이 지나자 왕자는 수탉 흉내 내기에 싫증이 났고 사람으로 돌아왔다.

수탉이 된 왕자의 이야기는 공감에 대한 한 가지 길을 알려준다. 만약 라즈니쉬가 왕자에게 "당신은 수탉이 아니라 사람이오!" 했더라면 왕자는 마음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수탉인 왕자를 인정하고 수용했기 때문에 함께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것은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이곳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있는 그곳으로 가서 함께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고통과 열망, 슬픔과 기쁨으로 들어가 손을 잡고 함께 날아오르는 것이다.

공동체사회가 해체된 현대사회에서 '공감'은 중요한 화두다. 공감은 마음과 몸의 감각들을 함께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공감할 수 있어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고, 사랑도 우정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을 잘 하기는 쉽지 않다. 공감에도 길이 있기 때문이다. 고통당하는 이를 공감한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그 고통의 결들 사이에 함께 있는 것이다.

누군가 울고 있을 때, 위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그럴 때는 그저 가만히 그 곁에 앉아 있어라.

괜찮다면 등에 손을 얹고 도닥이거나, 함께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읽어주라. 눈물을 닦아주며 희망을 속삭이는 것은 그다음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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