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화장 이렇게 따라해 보세요" 남성화장품 전성시대 오나

입력 2019-04-04 14:08:38 수정 2019-04-04 20:07:36

언제까지 스킨·로션만? 파운데이션에 아이섀도까지 쓰는 남성들
외모에 많은 투자하고 유행 민감한 '그루답터'와 함께 시장 급성장

유튜버
유튜버 '최토끼'가 '남자 데일리 메이크업' 영상에서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오늘은 제 데일리 메이크업 영상을 찍어볼게요. 잡티를 가릴 턱 부분과 입술 아래 부분에 컨실러를 도포합니다. 붉은 기가 있는 코 옆과 나머지 미세하게 가리고 싶은 부분에 툭툭툭 발라줍니다. 다음은 파운데이션을 씁니다. 사용 전에 흔들어준 다음 얼굴에 얇게 도포하고 퍼프로 두드려가며 밀착시켜줍니다."

6분 길이의 한 메이크업 팁 동영상에 나오는 설명 일부다. 진행자는 파우더, 립밤, 아이섀도 등 약 10개 제품을 사용했다. 치장을 마친 진행자의 이목구비는 색조화장으로 입체감을 더했고 화장 전보다 한결 밝아진 피부 톤, 핑크빛으로 생기가 도는 입술이 눈길을 끌었다.

영상의 주인공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는 인기 유튜버 '최토끼'가 지난해 6월 올린 '남자 데일리 메이크업' 영상이다. 남성 메이크업 및 스타일링 관련 영상을 주로 올리는 이 유튜버는 구독자가 8만6천여 명에 이르고, 해당 동영상 조회는 65만회가 넘었다.

3천여 댓글 가운데에서 "숨어서 화장하는 남성 분들 숨지 마세요. 자기관리 잘하시는 것 같아서 더 호감이 갑니다", "자연스럽게 잘 하시네요. 남자도 꾸미는 시대입니다" 같은 댓글이 눈에 띄었다.

외모에 많은 관심을 쏟고 스스로를 꾸미는 남성이 늘면서 남성 뷰티제품 시장이 뜨고 있다. 아이돌 등 연예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남성 화장이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색조화장을 하는 남성이 낯설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 남성들이 적극적인 화장품 소비에 나서면서 남성 화장품 브랜드 및 신제품의 시장 진출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 국내 남성 화장품시장 연 1조2천억원대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조2천800억원으로 2017년보다 4.1% 성장했다. 8천억원대를 기록한 2010년과 비교해 약 1.5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 1조 4천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남성들이 스스로를 꾸미는 데 점차 더 많은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 서베이'가 지난 1월 국내 20대 30대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뷰티 도구를 사용한다고 답할 만큼 남성들의 뷰티 제품이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잡코리아가 남성 직장인 32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35%가 스스로 외모 관리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20대 남성 직장인들의 경우 42.7%가 그루밍족이라 여겼다.

그루밍족 생활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만족을 위해'라는 답변이 84.3%로 1위를 기록했다.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54.8%), '신체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의 답변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남성들의 외모 관리가 짧은 시간에 자기 매력을 드러내기 위한 것을 넘어 '스펙 쌓기'의 연장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서도 원인을 찾고 있다.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가 최근 남성용 색조 화장품을 적극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도 최근 '그루답터'의 증가로 설명할 수 있다. 그루답터는 '그루밍족'과 '새로운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라는 뜻의 '얼리 어답터'의 합성어다. 자신을 꾸미는 데 남들보다 앞서나가는 남성들을 뜻한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그루답터는 최신유행에 민감할 뿐 아니라 신제품을 사용하고 후기를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소비 행태를 보인다. 색조 화장 등 남성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부분에까지 그루답터의 관심이 미치고 이들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선택 폭 넓어지고 신규 브랜드 출시도 활발

이 같은 소비 트렌드에 따라 뷰티 브랜드들도 남성미용 카테고리를 앞다퉈 강화하고, 남성들의 고민에 따라 세분화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CJ의 헬스 앤 뷰티스토어 올리브영에서는 지난해 남성용 컬러 립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배 급증했고, 쿠션과 BB크림도 약 30% 판매가 늘었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에서 2016년 630개였던 남성용 상품군은 지난해 740개로 늘었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에서도 2016년 121개에서 222개로 관련 상품이 크게 강화됐다. 늘어난 남성 화장품의 경우 피부색을 보정하고 잡티를 가려주는 BB크림이나 쿠션 제품을 넘어 컨실러, 아이브로우, 립밥, 남성용 눈썹 칼 등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샤넬의 남성 화장품 브랜드
샤넬의 남성 화장품 브랜드 '보이드 샤넬' 홈페이지 캡처.

2010년대 중반까지도 화장품 매장에서 남성용 색조화장품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들도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에스케이투(SKII)는 남성용 제품을 국내에 가장 먼저 내놓았고,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한국과 일본에서 파운데이션과 립밤, 아이브로우 펜슬 등으로 구성된 남성 메이크업 라인 '보이드 샤넬'을 선보이기도 했다.

LF 역시 지난해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포 맨 룰429'를 선보이며 화장품 시장 진입을 알렸다. LF 관계자는 "남성 스킨케어를 시작으로 선크림, BB크림, 향수 등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