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홍보로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질병 정보에 대한 국민 인식이 많이 개선됐고, 예방과 치료효과 또한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부정맥'이란 용어에 대해서는 아직 생소하게 여긴다. 대한부정맥학회가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부정맥 질환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92.8%)이 부정맥, 심방세동 등을 알지 못하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부정맥이란 무엇인가요?
부정맥(不整脈)이란 말 그대로 심장박동, 즉 맥박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불규칙하게 뛰는 현상이나 질병을 아울러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분당 60~100회인 맥박이 느리게 뛰는 서맥도 있고, 빠르게 뛰는 빈맥, 한번씩 불규칙으로 뛰는 경우도 있다. 자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도 부정맥이 원인이고, 또한 유전적요인에 의해서도 심각한 악성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맥박이 느리고 빠른 정도에 따라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이 다양하다. 다른 심장질환 증상과 마찬가지로 숨이 차고 기운이 없을 수도 있고, 졸도를 할 수도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두근두근' '쿵쾅쿵쾅'하는 느낌이 오거나 불규칙하게 '탕탕'치는 듯한 느낌, 가슴 속에서 심장이 한번 또는 연달아 가볍게 덜컹대는 듯한 증상이 생기면 부정맥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증상이 전혀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수도 있지만, 증상이 없더라도 처음 나타난 증상이 심장 정지일 수 있다. 한마디로 부정맥은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다' 고 콕 찍어 말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부정맥의 증상도 아주 다양하지만, 예후도 부정맥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정맥은 환자에 따라 치료를 따로 받지 않거나 간단한 시술로도 치유할 수 있는 가벼운 상태부터 제세동기의 삽입 등 지속적인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중풍을 부르는 부정맥 '심방세동'
부정맥 증상이 있다고 단순히 아는 것보다는 자신이 가진 부정맥의 구체적인 이름을 알아두는 것도 관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심방세동으로 전체 부동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이 정상(분당 60~100회)보다 아주 빨라지면서 불규칙해지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다간 호흡곤란, 현기증, 실신 등이 생길 수 있다. 만성 심방세동이라면 정상인보다 뇌졸중 발병 가능성이 5배 이상, 치매는 2배 이상 높아진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부정맥 중의 하나다.
뇌졸중(중풍)을 경험한 환자 5명 중에 1명은 심방세동이 원인이다. 불행히도 심방세동이 있어도 스스로 알아 차릴 수 있는 증상이 없고 중풍을 겪고 나서 발견되기 때문에 예방측면에서 더욱 어렵다.
원래 심장박동은 좌심방의 특정부위에서 만드는 규칙적인 전기신호로 일정한 맥박을 유지하게 되나, 여러 원인으로 심장구조에 변형이 오면 하나이어야 할 전기발전장소가 여러 곳이 된다. 그 결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질 뿐 아니라 좌심방의 운동이 자루 속에 갇힌 여러 마리의 뱀처럼 꿈틀거리게 된다. 이로써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혈전(피떡)이 만들어지게 된다. 피떡이 만약 뇌로 올라가 혈관을 막게 된다면 바로 중풍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심전도검사로 조기 진단 중요
부정맥의 진단과 치료는 심장질환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해당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심전도검사로 알아낸다. 하지만 부정맥은 갑자기 생기고 사라질 때가 많아 10초 정도 진행되는 심전도검사로는 진단이 어렵다. 이때 환자 몸에 심전도기를 부착해 24시간 내내 측정해 부정맥 여부를 확인하는 '홀터 심전도검사'가 활용된다. 이 밖에 운동부하검사 및 체내 삽입형기구 등의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진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암 조기검진체계의 구축(2004년), 생애전환기 건강진단(2007년) 등으로 포괄적인 건강검진체계를 갖추었다고 하지만, 검사항목 중에서 중요한 부정맥 진단방법 중의 하나인 심전도 측정이 빠져 있다.
심전도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무증상의 부정맥을 미리 발견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신동구 영남대병원 교수는 "60세가 지나 발병 후에야 처음 심전도를 검사해본다는 분도 있었다"면서 "심전도검사가 국가가 시행하는 검사항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의료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술·고혈압·수면무호흡 조심을
부정맥 환자가 평소 지켜야 할 생활수칙으로는 과음, 과로, 과식을 피해야 한다. 이 밖에 고도의 스트레스, 카페인, 술, 담배, 불충분한 수면을 꼽는다. 특히 과음이 문제다. 40세 이하 심방세동 환자는 유전보다는 술이 원인이다. 수면무호흡증이나 코골이는 심장 건강에 치명적이다. 화를 잘 내고 못참는 성격의 사람에게 부정맥이 많으므로 성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한 부정맥 환자는 돌연사 위험도 상존하니, 주변 사람들이 응급상황에 대비해 심장마사지법을 숙지하는 것도 좋다.

운동은 튼튼한 심장 유지에 필수라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유산소운동이 가장 좋다. 헬스클럽에 가지 않더라도 하루 30분 정도 조깅이나 빠른 걷기를 일주일에 3번 정도 권한다. 다만, 운동이 과하면 오히려 부정맥에 해롭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도움말 신동구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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