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길이 의례용 모형 배, 지방관 '당주'(幢主) 적힌 목간도 출토
신라 천년 왕성인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해자에서 1천6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방패 2점과 목재 모형 배가 나왔다.
2014년부터 월성을 발굴조사 중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 북쪽을 휘감고 있는 수혈해자 최하부층에서 발굴한 이들 유물을 2일 공개했다. 해자는 성 주위에 물길을 내 만든 방어시설이다. 월성 해자는 삼국통일 이전 구덩이 형태의 수혈해자에서 8세기 이후 석축해자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나온 방패는 제작시기가 340년부터 410년대 사이로 분석됐다. 같은 시기 방패가 경북 경산 임당동에서 출토된 적이 있으나 월성 유물이 더 온전한 형태를 갖췄다. 이 가운데 1점엔 손잡이가 달렸는데, 손잡이가 있는 고대 방패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크기는 각각 가로 세로가 14.4×73㎝와 26.3×95.9㎝, 두께는 1㎝와 1.2㎝다. 재질은 잣나무류, 손잡이는 느티나무로 돼있다. 방패 겉면엔 날카로운 도구로 동심원과 띠 같은 기하학적 무늬를 새기고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칠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의례용으로 추정되는 길이 약 40㎝의 목재 모형 배는 국내에서 확인된 동종 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실제 배처럼 선수와 선미를 정교하게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형태는 단순한 통나무배에서 복잡한 구조선(構造船)으로 나아가는 중간 단계인 준구조선 형태로, 불에 그슬리거나 탄 흔적이 확인됐다. 재질은 약 5년생 잣나무류, 제작 시기는 4세기 중반에서 5세기 초반 사이로 추정된다. 일본에선 지금까지 500여점의 모형 배가 나왔고 관련 연구도 활발한데, 월성에서 나온 모형 배는 일본의 시즈오카현 야마노하나 유적에서 출토한 5세기 유물과 선미의 표현방식 등이 유사하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공문서 역할을 한 목간도 나왔다. 목간은 3면 전체에 묵서가 담겨 있는데, 6세기 금석문인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제198호)에 나오는 지방관 명칭인 당주(幢主)가 목간에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용은 당주가 음력 1월 17일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보고하거나 들은 것으로, 벼·조·피·콩 등의 곡물이 차례로 등장하고 그 부피를 일(壹), 삼(參), 팔(捌)과 같은 갖은자(같은 뜻을 가진 한자보다 획이 많은 글자로, 금액이나 수량에 숫자 변경을 막기 위해 사용)로 적었다. 신라의 갖은자 사용 문화가 통일 이전부터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이전 갖은자가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유물은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에서 나온 목간(7~8세기)이었다.
그밖에도 2~3세기 분묘 유적에서 많이 출토되는 수정 원석을 비롯해 씨앗과 열매 63종, 생후 6개월 안팎의 어린 멧돼지 뼈 26개체, 곰 뼈 15점, 철부(鐵斧·쇠도끼) 36점 등이 월성 해자에서 나왔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