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도 커피도 이젠 집에서 즐긴다, 홈술·홈카페 바람

입력 2019-03-28 14:48:50

닐슨코리아 보고서, "집에서 술 마신다"는 응답 57%, '홈술'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아
미세먼지 속 홈카페 관련 상품 매출 급증, 소포장 원두·고급형 스틱커피 등 인기

오비맥주가 선보인 250ml 소용량 카스 캔 제품(오른쪽),
오비맥주가 선보인 250ml 소용량 카스 캔 제품(오른쪽),

주 52시간 근무제,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주류와 커피를 집에서 마시는 홈술, 홈카페 문화가 크게 퍼지고 있다. 주류업계는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유통업체는 안주류 연관 진열을 강화했다. 커피 업계에서도 소포장 원두나 고급형 스틱 커피 같은 홈카페 트렌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 "집에서 마시자" 변하는 음주문화

밖에서 술을 마시는 대신 집에서 '즐기는' 음주문화가 확산되면서 관련 업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올해 발표한 '국내 가구 주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연간 주류 구매량은 2017년과 비교해 17% 늘었다. 3개월 내 주류 구매 경험이 있는 가구 중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응답은 57%에 달했다.

기린 이치방 미니 캔(175㎖) 제품
기린 이치방 미니 캔(175㎖) 제품

혼술, 홈술 열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소용량 제품 출시다. 맥주 업계는 200㎖ 내외 '미니'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 진로는 250㎖짜리 '카스'와 '엑스트라 콜드'를 지난해 각각 선보였다. 기존 500㎖나 350㎖ 제품에 비해 훨씬 줄어든 용량이다. 일본 맥주인 기린 이치방, 아사히 수퍼드라이는 135㎖짜리 초소용량 캔맥주까지 내놓았다.

롯데주류도 187㎖로 1잔 용량의 레드와인 '옐로우테일 쉬라즈'를 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이다. 스파클링 와인류도 275㎖, 375㎖ 등 소용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디아지오는 2015년 출시한 저도수 위스키 'W 아이스'를 기존 450㎖보다 작은 330㎖ 제품을 지난해 말 출시했다. 국내 판매 1위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는 최근 병으로만 출시하던 제품을 250㎖ 캔에 담은 '버니니 캔'을 선보였다.

주류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직장 동료 등과 취하기 위해 마시던 음주 문화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혼자 혹은 가족들과 '즐기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소주 맥주를 벗어나 와인류 매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 중량은 4만291t으로 2017년보다 11.5% 증가했다.

대형마트는 주류만 진열하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간편한 소포장 안주 등을 함께 진열하는 이른바 '연관 진열'을 강화하고 있다. 소주와 사케 코너에는 가공 어포와 치즈, 양주 코너에는 육포, 와인은 회나 스테이크 등을 가까이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거 홈술, 혼술이 고독한 느낌이었다면 현재는 맛있는 안주와 술을 편한 공간에서 즐기는 세련된 느낌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술로 주류 매장에 변화를 줬다면 올해는 연관 진열, 미니 주류 확대 등과 같이 재미있는 주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날개 단 홈카페

집에서 마시는 문화는 주류뿐만 아니라 커피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분위기다. 커피전문점 대신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 시장은 올해 극성을 부리는 미세먼지 덕분에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쇼핑몰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홈카페 관련 상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를 내릴 때 쓰는 여과기 판매량이 약 3.5배 늘었고, 국내 브랜드 원두(70%),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55%), 카푸치노 등을 만드는 데 쓰는 우유거품기(29%), 에스프레소 머신(20%), 원두를 직접 로스팅할 수 있는 커피 로스터(15%) 모두 판매가 늘었다. 같은 기간 티몬에서도 에스프레소 머신 판매가 110% 늘었고 수동 그라인더 등 드립 용품(125%), 원두 및 캡슐커피(78%) 판매가 늘었다.

청정원의 가성비 콘셉트 동결건조커피 제품인
'쟈뎅'의 소포장 원두 제품 '클래스 신선한 하루 원두'

업계에서도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커피 브랜드 쟈뎅은 최근 소포장 제품인 '클래스 신선한 하루 원두'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커피 1잔을 만드는 데 적당한 12g의 원두를 계량해 담았다. 소포장으로 개봉 후 산소 접촉이 없기에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도 홈카페족을 겨냥해 머그잔에 드립백을 얹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스타벅스 오리가미 파이크 플레이스'를 내놓았다.

기존 스틱 커피를 고급화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자사에서 1천만잔 이상 판매된 인기 메뉴 '토피넛 라떼'를 스틱커피 형태로 선보였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버터향이 풍부한 영국 전통 과자에 코코아, 아몬드 분말로 달콤함과 고소함을 더했다. 매장에서 접하던 메뉴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어 인기"라고 했다. 청정원도 최근 동결건조 커피를 사용해 텁텁하지 않고 뒷말이 깔끔한 '마이 오피스 커피'로 시장에 진출했다.

청정원의 가성비 콘셉트 동결건조커피 제품인 '마이오피스커피'


루프트커피는 홈카페족을 위해 원두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와이 농장에서 재배한 고품질 원두를 고객 집까지 배송해 신뢰도를 높인다. 짧게는 4주, 길게는 24주까지 원하는 기간을 두고 정기배송이 가능해 고품질 원두를 원하는 홈카페족들을 공략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최근 온라인 전용제품으로 희석용 에스프레소 커피 '바바 마이홈카페 카페메이커'를 내놓았다. 우유와 섞으면 부드러운 카페라떼를 완성할 수 있는 희석용 커피다. 출시 1주 만에 초도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등으로 외출을 꺼리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여기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홈카페 관련 상품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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