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은 친근하면서도 낯설고, 아름다우면서도 위협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선인장을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는 쪽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선인장만큼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식물도 드물다. 땅바닥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15m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 선인장은 가시와 털투성이인 볼품없는 몸에서 경이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모순' 덩어리 식물이지만 그 속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남아메리카서 전파된 선인장
선인장은 3천만, 4천만 년 전 남아메리카 대륙의 척박한 땅 사막에서 등장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으로 전 세계로 전파됐다. 현재 선인장류 식물은 대략 1천 500종이 있다. 선인장 털은 가시와 함께 그늘을 만들어주며 극한 추위나 더위 속에서 단열재 역할을 하는 '공기 완충재' 가 되어 식물 주위의 온도를 조절한다. 노인선인장으로 알려진 옹환은 온통 긴 털로 덮여 있다. 선인장 역사에는 슬픈 수난사도 있다. 호주에서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인해 유해식물로 여겨 재배를 법으로 금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수많은 식물원과 정원에 필수적인 식물로 사랑받으며 과도한 수확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보호해야 할 식물로 관리되고 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선인장
영국 전통문화에서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인장에 물을 주는 것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브라질 사람들은 멜로캑터스속 선인장을 집 지붕에 던져서 그것이 뿌리를 내리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멕시코 북서부에 위치한 소노라주의 라 아두아나에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인장이 살고 있다. 이 선인장은 유서 깊은 가톨릭 성당에 있는 수직 석재 벽에서 자란다. 키가 3m까지 자라고 250년 이상 수명을 유지한다. 전설에 따르면 1730년쯤 처음 석재 벽에서 싹을 틔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성모 마리아가 선인장 줄기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수천 명의 순례자와 여행객이 매년 이 선인장을 보려고 성당을 방문한다.

◆거의 인간에 가까운 선인장
다수의 트리코세레우스속 선인장을 비롯한 일부 선인장은 꽃을 피울 때를 제외하고는 대개 털이 나지 않는다. 그들은 꽃봉오리를 만들 때 봉오리가 자라나는 대롱을 따라 두껍고 거친 어두운색 털을 만들어낸다. 꽃의 번식기관을 둘러싸고 있는 이 털들은 놀랄 만큼 사람의 음모(陰毛)와 비슷하다. 사람과 선인장에게 이 털은 그들의 민감한 부분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페로몬을 흡수하고 퍼뜨리기 위한 일종의 원시적 저장소로서 음모를 발달시켰다고 주장한다. 가장 털이 많은 꽃을 피우는 트리코세레우스속의 몇몇 선인장들은 보통 밤에 꽃을 피우는데, 박쥐나 후각이 발달한 수분 매개체를 유인하려고 꽃에서 강한 향을 뿜어낸다. 꽃의 향기를 머금은 털들이 공기 중으로 향기를 퍼뜨리는데 이로운 역할을 한다.

◆다양한 변형 예술의 선인장
선인장은 변형이 아주 잘 되는 편이다. 인간의 기술이 개입된 잡종화와 선택 교배, 접목, 유전자 변형 등으로 놀랍고도 새로운 품종의 선인장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선택 교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일본에서 생산된 투구선인장 품종 중 하나인 '슈퍼 카부토'이다. 차별화된 특징은 몸에 나 있는 하얀 솜털 같은 점이다. 이 선인장은 수집가들이 매우 애착을 가지고 찾는 종으로 천문학적 가격에 팔린다. 접목 선인장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힐로세레우스속의 대목 위에 수직으로 접목된 것으로 다양한 색을 가진 짐노칼리시움속 비모란선인장이다. 이들은 생김새가 막대기 위에 달린 선홍색 사탕처럼 보여 막대사탕선인장이라거나 달선인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중문화와 호흡하는 선인장
선인장의 다양한 모습과 생존전략은 전 세계 문화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그래서 근현대의 회화, 조각, 만화 등으로 표현한 선인장 아트는 눈을 즐겁게 한다. 사와로선인장은 팔다리가 있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해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물이다. 슐츠의 연재만화 '피너츠'에 등장하고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에는 도널드 덕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선인장 가시와 상호작용하는 익살스러운 상품도 있다. 선인장 모양의 펜, 사와로선인장 모양의 세라믹 램프, 선인장 이미지가 인쇄된 휴지 등 다양하다. 선인장은 쓰임새도 가시를 제외한 열매, 꽃, 줄기, 뿌리는 수천년간 영양가가 풍부한 식재료로 사용돼 왔다. 진통, 항균력이 뛰어난 성분을 가지고 있어 의약품 원료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30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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