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을 일컫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발동했다.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사례다. 재벌 총수를 퇴출하는 등 재벌 기업의 경영권 견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은 이날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좌절시켰다.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총 참석 주주 가운데 35.9%의 반대로 부결된 것이다.
대한항공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대 주주로 11.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외국인 20.50%, 기타 주주 34.59% 등이다.

이날 참석 주주의 64.1%가 찬성하는 등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제외하고도 30% 이상의 우호지분을 모았다. 하지만 플로리다연금(SBA of Florida)을 비롯해 해외 공적 연기금 3곳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연임은 불발됐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부결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경영권을 박탈함으로써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국민연금의 영향력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 130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기업은 297개, 10% 이상은 81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국내 재벌기업들의 2, 3대 주주라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을 견제할 경우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앞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 마련은 과제이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처럼 정권에 따라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여부는 자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1차적으로 결정하지만 최종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영위원회가 맡고 있다. 문제는 기금운영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임명하는 인사들이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전공 교수는 "그동안 이어져 온 재벌들의 경영 관행을 제도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 역할에 대한 기준과 원칙에 대해 고민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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