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모든 나라는 각각 그들 나름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전통문화를 단순히 그 민족이나 국가의 고유한 문화라고만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고유한 전통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겠지만, 한국의 음식을 대표하는 것은 김치이다. 그런데 김치를 이루는 필수 요소인 고추가 한국에 수입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다. 그리고 포도주와 코냑으로 유명한 프랑스에 포도나무가 이식된 것도 2천 년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 특정 국가를 상징하는 문화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대부분 다른 나라로부터 유입되어 형성된 것이 많이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 역시 순수하게 우리 민족의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장구한 역사 속에서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화 양식들이 혼융되어서 오늘날의 '한국 전통문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내재해 있는 불교문화나 유교문화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전통문화를 고유한 문화, 곧 문자 그대로 '본래부터 있었던 문화'라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할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는 이미 다른 국가의 문화가 겹겹이 녹아 있다. 어느 나라 어떤 문화도 자족적인 것은 없다. 모든 문화는 다른 문화와 교류하고 관계하면서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우리의 문화 역시 다른 국가의 문화들과 마치 옷감의 날줄과 씨줄처럼 엮여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문화 속에는 이미 다문화적 요소가 켜켜이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모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부부 간의 갈등이나 시부모와 결혼이민여성 간의 갈등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예컨대 아직 우리나라의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이 출산을 하였을 때 억지로 미역국을 먹도록 강요한다든가, 아니면 입식문화에 익숙한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에게 좌식문화의 편리함을 강요하면서 억지로 적응하도록 만드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생활문화와 외국의 생활문화는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다양성의 차이를 인정하지도 않고 또 충분히 다른 문화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은 채로, 다른 문화에 동화되도록 재촉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일 수 있다.
현재 세계화·정보화로 인한 이른바 '지구촌'의 형성은 국가 간의 장벽을 없애고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수많은 생활문화들을 한 공간에 공존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특정 국가나 민족의 '단일성'이나 문화의 '순수성'만을 고집하는 것은 너무나 배타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구한 동서양의 역사를 보더라도 세계를 장악한 선진 국가들은 대부분 다원적이고 또한 타 문화와 타 민족에 대해 관용적인 편이었다. 북미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시하고 있다.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지금 새로운 전통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문화는, 우리가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오늘도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문화는 이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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