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대체 투자 대상이 된 미술품

입력 2019-03-25 11:27:32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한때 주식시장으로 몰리던 개미(소자본가)들이 최근엔 화랑가 중심의 미술시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장기 불황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그림이나 조각·도자기 등 미술품이 대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수집하기 편리한 현역 작가들의 그림 작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작은 그림, 즉 소품이 인기다. 미술품이 대중화 추세를 보이면서 대체 투자보다 일반적으로 미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은 서울 인사동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의 화랑가에서 전시 중인 6∼10호 짜리를 선호하고 있다. 가격도 최하 30만 원에서 최고 300만 원대로 부담감이 적어 투자가치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도 있어 재테크의 동기 부여를 충족시켜 준다고 한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매출액이 5000억 대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처음으로 5년 전의 3000억 대에 비해 70%나 성장한 것이다. 전문 컬렉터들에 의해 경매로 거래되는 작품 낙찰가는 평균 1385만 원(2017년 기준). 하지만 화랑가의 중소규모 갤러리 중저가 작품이 전체 매출 신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체부는 올해 미술품 소비 촉진을 위해 현행 100만 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기업의 미술품 구입 비용을 문화접대비에 포함하고 전시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할 땐 500만 원 한도를 1000만 원으로 올리는 세제 개선안을 마련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착한 가격'에 그림을 공급하기 위해 중저가 위주로 최소 10만 원부터 응찰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 거래 규모인 대형 경매시장은 일반 투자가들에게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특히 타계한 화가들의 유작은 입찰가가 워낙 고가(高價)인 데다 작품도 많지 않아 가격이 엄청 뛰고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고(故)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작품은 최고 85억 원. 하지만 동시대의 박수근(1914~1965)과 이중섭(1916~1956) 화백의 작품도 이에 못지 않다.

특히 박수근과 이중섭은 생전에 찌든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며 불운한 삶을 살았던 탓으로 남긴 작품이 적어 위작도 많이 나돌고 있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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