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가는 학교폭력, 아이들 마음만 더 멍든다

입력 2019-03-20 06:30:00

학폭위 징계처분에 불복, 가해학생 부모들 줄소송
자녀 입시 불이익만 걱정…'과잉 두둔' 잇단 패소판결

#2017년 대구 한 중학교에서는 같은 반 학생을 '설명충'이라 놀려 학폭위에 오른 가해 학생에게 학교 측이 서면사과와 교내봉사 5일(10시간)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가해 학생 부모는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오히려 가해 학생과 그 부모의 태도를 문제 삼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해 다른 중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장난치다 싸움을 한 두 학생에게 각각 심리상담과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한 학생 부모는 학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학교가 적절하게 노력했다며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분쟁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늘면서 어른들 자존심 싸움에 아이들만 멍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까지 학생과 학부모가 대구시교육청을 상대로 '학폭위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10건이다. 이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고 패소로 결론 났다. 2017년 한 차례 학부모가 이기긴 했으나 이듬해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최근 3년간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가해 학생과 부모들이 대구시교육청과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무효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것이다.

학교폭력 사건이 불거지면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대표로 이뤄진 학폭위를 구성하고 ▷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 학생의 반성·화해 정도 등을 감안해 처분 정도를 결정한다.

문제는 학폭위 처분에 불복한 학부모들이 곧장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대구 초중고 450여개 학교에 열린 학폭위는 2016년 1천190건, 2017년 1천458건, 2018년 801건(지난해 8월 기준) 등 모두 3천449건에 달한다. 중학교가 2천82건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와 초등학교가 각각 1천22건, 340건이었다.

최근 3년간 학폭위 처분에 불복해 대구시교육청이나 대구시에 재심을 요구한 경우는 2016년 29건, 2017년 59건, 2018년 56건 등 모두 144건이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집단괴롭힘' 사건 이후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들은 가해 학생에게 반드시 징계 처분을 내리고 학생생활기록부에 조치 내용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폭위 조치 사항이 자녀 진학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곧장 법원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소송이 증가했다. 아이들의 치유와 안정, 반성은 뒷전이고 어른들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게 대부분"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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