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마다 전해지던 전통 조청 제조법 모아
청정 자연에 섞인 전통의 맛 전하고 싶어
조청과 엿은 무척 단순한 음식이다.
쌀과 물, 여기에 보리에서 추출한 엿기름이 재료의 전부이다.
단순한 재료에서 달콤한 맛을 빼내려면 당연히 그 빈자리를 정성으로 채워야 한다.
몇 시간씩 쌀을 불리면, 가마솥 옆에 서서 또 몇 시간이고 바가지로 저어주는 노력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기에 매야전통식품(울진군 매화면) 최송자(64) 명인의 하루는 늘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말해 뭐해요. 당연히 힘들죠. 계속 물이 묻다 보니 손도 쭈글쭈글하고. 그런데 이렇게 안 하면 조청이 까맣게 타서 쓴맛이 나요. 우리나라 음식은 들여다보는 만큼 맛이 든답니다"
최씨가 하루에 만드는 조청과 엿의 양은 약 쌀 두 가마니(160kg) 분량이다.
이 쌀을 10시간가량 물에 불린 뒤 고슬밥을 짓고, 따뜻한 물에 담가 엿기름을 넣는다.
쌀이 가진 단맛을 이렇게 뽑아내면 자루에 넣어 물만 걸러내고 이를 몇시간 졸이면 조청이 된다.
조청을 1시간 정도 더 졸이면 엿의 원재료인 갱엿이 나오고, 이 갱엿을 수십번 늘이는 작업을 해야 우리가 흔히 보는 하얀 엿이 나온다.
"제가 젊을 때만 해도 다들 이렇게 조청이나 엿을 만들어 팔았어요. 물 좋고 쌀이 좋아 엿이 유명한 동네였죠. 울진에서 잔치가 열리면 꼭 이 엿들이 없으면 안 됐어요."
최 명인이 매야전통식품을 설립한 것은 지난 1993년.
농번기 부녀자들과 함께 특화수익을 올리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사업에 응모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시어머니께 배운 기술과 마을 곳곳마다 내려오던 집안 전통기술들을 모았다.
"집에서 해 먹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비율을 못 맞춰 숱하게 쌀을 버렸죠.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또 욕심이 나서 도라지며 호박, 흑미 등 이것저것 넣어봤는데 당연히 실패했죠. 애먼 쌀을 갖다 버리는 것 같아 정말 미안하고, 손해만 쌓였던 것 같아요."
처음 30평 남짓의 마을 창고에서 마을 부녀자들 5명이 모여 시작했던 사업은 무수한 실패와 노력을 거쳐 이제는 연 매출 1억원을 넘으며 제법 탄탄해졌다.
지난 2017년에는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았으며, 올해 1월에는 대한민국 우수전통식품품평회에서 농림부 장관상도 거머쥐었다.
최씨 역시 전통 엿과 조청에 더해 도라지 조청, 생강 조청 등을 개발하며 지난해 농림부가 인정한 제83호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최 씨는 1억원의 매출이나 명인의 명예보다는 마을의 전통 음식법이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더 큰 소득이라 말한다.
사업체의 이름을 매화면의 옛 지명인 '매야'라고 지은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지난해부터는 울산에서 반도체 회사에 다니던 큰아들까지 불러들여 전통 조리법을 전수하고 있다.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고 오직 자연이 준 선물만으로 좋은 단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젊은 사람들이 전통의 맛이 주는 선물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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