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조선조의 석조유물 문인석(文人石) 한 쌍이 해외로 불법유출된 지 36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문인석이란 바윗돌에 조각한 문신(文臣) 형상의 미술품. 왕이나 왕후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석조물로 세워두는 일종의 능지기이자 수호신의 상징이다. 하지만 우리는 귀중한 문화유산인 문인석은 물론 무인석(武人石)과 망주석(望柱石)도 대수롭잖은 돌조각품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박물관의 눈길은 달랐다. 최근 동아시아문화재 수장고의 미술품을 점검하던 중 16∼1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을 발견했다. 반입과정을 조사한 결과 1983년 한국에 주재하던 독일인 사업가가 서울 인사동 골동품상에서 이 문인석을 매입해 이사용 컨테이너에 숨겨 밀반입한 것을 1987년 박물관에서 구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로텐바움박물관은 "남의 나라 귀중한 문화재가 불법유출된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반환키로 결정해 한국국립민속박물관이 인수하게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문화재 불법반출과 양도를 금지한 유네스코협약 정신을 살린 독일 정부와 로텐바움박물관의 모범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은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귀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수집하는데 혈안이 되었으나 석조유물에도 관심이 높았다는 얘기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석조유물은 아직도 전국 곳곳에 흔하게 널려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일본인들은 우리 민속미술품에 유달리 눈독을 들여 정원석으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1970년대엔 일반 묘지의 망주석까지 뽑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일본 열도는 고온다습한 섬나라여서 습기를 빨아들이는 한국의 석조유물이 정원을 가꾸는데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때문에 집을 지켜주는 벽사수복(辟邪守福)의 상징인 데다 정원의 운치를 높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연유다.
도쿄의 일부 특급호텔 정원에는 아직도 조선시대 문인석과 무인석, 석등을 장식용 석물 조각상으로 버젓이 전시하고 있다. 강자의 논리로 남의 나라 역사까지 바꾼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의 문화재 반환 결정을 본받아야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제대로 풀려나갈 것이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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