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4조와 6천억, 스타의 민낯

입력 2019-03-18 18:30:00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4조가 큰가 6천억이 큰가?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런 질문을 하나? 답이 뻔한 이 질문을 다시 던진다. 4조가 큰가, 6천억이 큰가? 당연히 4조가 크다. 6배 하고도 3분의 2배가 남는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몇 달째 하루 종일 6천억을 화제로 삼고, 언론도 4조보다 6천억을 훨씬 큰 비중으로 다룬다.

먼저 4조, 현대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지난해 미세먼지의 경제적 손실이다. 우리는 여태껏 공해 문제를 다루면서 수질, 토질, 대기질, 지구온난화 순서로 대응해 왔다. 미세먼지는 우선순위에서 맨 아래였다. 그러나 최근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나아가 미세먼지는 우리 경제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낮추는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면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4조는 크지만 작게 느낄 수 있다.

다음 6천억,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승리와 정준영 등 아이돌 스타들의 범법 행위로 날아간 엔터테인먼트 회사 주식의 시가총액이다. 사건은 법에 따라 처벌하고, 탈세에 대해 세금을 매기면 그만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마음이 헛헛해지는 것일까? 우리를 즐겁게 하던 스타들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일탈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명성과 부를 양손에 거머쥔 것으로 모자라, 어둠의 권력까지 휘두른다. 매춘과 마약, 집단강간, 탈세, 도박은 하나같이 중대한 범법 행위다. 범죄 조직이 거액의 검은돈을 모으는 방식이다. 집단적, 반복적, 일상적으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면, 그들은 범죄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정체를 알고 나니 4조가 6천억보다 6배 이상 크지만은 않다. 정체를 알고 보니 6천억이 더 크게도 느껴진다. 그게 인간 심리에 영향을 주고받는 경제와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수학의 차이다. 우리의 일상과 경제생활은, 자원과 숫자라는 변수에 인간 심리라는 복잡한 함수가 적용되는 고등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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