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唯才是擧(유재시거)와 唯親是任(유친시임)- 관료 임용의 두 가지

입력 2019-03-18 18:3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관료를 임용하는 데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능력을 위주로 하는 경우와, 능력이나 도덕성과는 관계없이 임명권자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경우이다. 유재시거는 오로지 능력(唯才)을 관료 등용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며, 유친시임은 오로지 자기와 친한(唯親) 사람을 중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유재시거는 서력 210년 조조(曹操)가 반포한 '구현령'(求賢令)에서 유래했다. 세습과 파벌이 성행했던 후한(後漢) 말 조조의 능력 위주의 관료 임용은 파격적이었다. 능력 있는 많은 인재들이 조조의 휘하에 모였고, 위나라를 세우게 된다. 당시 조조와 대척 관계에 있었던 손권과 유비도 조조 못지않았다. 황실의 후손인 유비가 몸을 낮추어 초가집(草廬)에 은거하고 있는 제갈량(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서(三顧) 모셔온 삼고초려는 대표적이다.

그런데 유비의 책사로 촉나라를 세우는데 능력을 발휘했던 제갈량 자신의 관료 등용 방식은 이와 크게 달랐다. 그는 자기와 친하거나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고, 유능한 장수라도 자신을 잘 따르지 않는 자는 배척했다. 유비가 죽은 후 위나라 원정에 나선 제갈량은 부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을 아버지처럼 잘 따르는 마속(馬謖)을 선봉으로 삼았으나, 참패했다. 제갈량은 참패의 책임을 물어 마속을 처형했다. 여기에서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나왔다(揮淚斬馬謖).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유친시임을 한 제갈량의 촉나라는 유재시거를 한 조조의 위나라에 패배해서 망했다.

얼마 전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부인 유명희 씨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 야당의 인재를 모셨다는 점에서 유재시거라 하겠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개편을 위한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곧 시작된다. 유재시거일까, 유친시임일까. 곧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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