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9년 3월 4일. 18세의 소년 임금 선조에게 일시적인 귀향을 허락받은 69세의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어진 선비들을 보호하고, 소인들을 물리치시라"며 마지막 진언을 올리고 물러났다.
3월 5일 아침 뒤늦게 소식을 접한 장안의 명사들은 조정을 비우다시피 하고 나와 백성들과 함께 떠나는 퇴계를 전송했다.
퇴계 선생이 한양 경복궁에서 벼슬을 버리고 안동 도산서당으로 돌아온지 꼭 450년 되는 올 해 선생의 귀향길을 따라 걷는 재현 행사가 마련된다.
도산서원(원장 김병일)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원장 김종길), 도산서원참공부모임이 함께 진행한다.
'위대한 발자취, 경(敬)으로 따르다'라는 주제로 마련되는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450년 재현 행사'는 선생이 한양 도성을 나와 첫 날 밤을 보냈던 '봉은사'에서 4월 9일(음력 3월 5일) 개막강연을 시작으로 4월 21일 도산서원 고유 및 기념강연까지 12일 동안 이어진다.

재현단은 10일부터 12일 동안 퇴계 선생이 갔던 320km를 따라 걷는다. 배편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충주댐 수몰구간 등 70km를 배편으로 이동하고, 하루 평균 25km씩 걸으면서 선생이 묵었던 곳곳에서 퇴계 시를 읊거나 강연회를 가지는 등 선생의 뜻을 알릴 계획이다.
귀향길 재현은 봉은사에서 하룻밤을 보낸 퇴계 선생이 걸었던 남양주 미음나루~양평 한여울~여주 배개나루~여주 흔바위나루~충주 가흥창~충주 충청감영~청풍문화재단지~단양향교~풍기 관아터~영주 두월리를 거쳐 안동 도산 삽골재 토계리 정상에 도착한 뒤 마지막날 도산서원에서 고유 및 기념강연으로 마무리된다.
귀향길 노정 과정에서는 실학박물관 강연, 기천서원 알묘, 유홍준 교수와 남한강 따라걷기, 충청감영에서의 강연 등 행사, 단양과 죽령에서의 강연, 퇴계 선생의 부인 허씨 묘소 참배, 영주지역과 퇴계 선생에 대한 강연 등이 마련된다.
퇴계는 선조가 즉위한 이듬해인 1568년 조정이 거듭해 부르자 상경했다. 임금의 보령은 17세였다. 이후 선생은 우찬성, 판중추부사 등의 고위 관직을 받고서, 경연에서 강의하면서 성심을 다하여 소년 임금을 보좌하기도 했다.

그 해 12월, 평생의 학문적 공력이 담긴 '성학십도'(聖學十圖)를 편찬해 임금에게 드리고, 일시적 귀향을 허락받아 고향에 돌아온 선생은 도산서당을 먼저 찾았다. 선생이 평생을 두고 아껴온 매화가 피어 있었다. 이 날 선생은 매화시 두 편을 남겼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570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재현단을 이끌 김병일 도선서원 원장은 "귀향길 재현은 매일 오전 8시에 출발한다. 일반인도 참가가 가능하다"며 "퇴계가 시종 한두 명과 걸었다는 점을 고려해 인원은 15명 정도로 꾸렸지만,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 좋겠다. 퇴계 정신을 되새기고 봄날 경치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귀향길 재현은 선현의 정신을 강의와 독서를 통해 정태적으로 학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현이 다녔던 길을 따라 현장을 확인하면서 그 삶과 정신을 되새기는 능동적인 활동이 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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