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개연), 다이텍연구원 등 3개 기관 통합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예산 중복과 과도한 수주 경쟁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대로라면 경영난에 기관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섬유패션기관들의 경영난은 올해 들어 유독 극심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받는 사업비의 약 30%가 기관 운영비로 쓰인다. 패션연의 경우 2017년 수주한 총 사업비가 100억원대로 33억원가량이 운영비로 쓰였다. 지난해에는 기존 '섬유패션 기술력 향상사업'에 일몰제가 적용되면서 운영비는 3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기관 내부에서 임금 삭감 논의까지 나왔다. 각종 세금 등 지출에 더해 패션연 직원 40여 명의 인건비까지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지난해 수익이 없었던 섬개연의 경우 올해 적자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직원 사이에서도 경영 개선을 위해 통합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얼마 안되는 정부 사업비를 기관들끼리 나누는 것보다 차라리 기관을 통합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이 낫다는 시각이다.
패션연 관계자는 "연구원 운영비가 갈수록 줄고 있다. 3~5년 전부터 몸집 줄이기를 하면서 버텨왔는데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면 이제는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예산은 줄어드는데 기관이 많다 보니 같은 사업을 놓고 생존을 건 수주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합쳐지는 것이 낫다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시민단체도 정부·지자체 보조금 규모에 비해 기관이 지나치게 많다며 경영난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출연기관 형태의 새로운 통합기관 출범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기관들이 운영비 부족에 시달리다보니 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기관 존립 자체가 목표가 됐다"며 "차라리 정부출연기관으로 통합하면 설립 취지에 맞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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