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대구경북(TK) 출신이 단 한 명도 입각하지 못하면서 'TK 암흑기'가 도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장관 지명자들은 출신 지역으로 호남 4명, 부산경남(PK) 2명 등 호남과 PK 출신이 6명을 차지했다. TK 출신은 전멸했다.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해양수산부 등 7개 부처에 이르는 이번 개각은 '중폭 개각'으로 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였지만 TK는 소외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 지명된 후보자가 모두 그대로 임명되면 지난 내각에서 4명이던 호남 출신은 이번 개각으로 7명(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법무부, 여성가족부)으로 늘었다.
PK 출신은 4명(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을 유지하면서 호남과 PK 출신 장관만 현재 1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인사 대탕평'을 강조한 것과 달리 최소한의 지역 안배도 고려되지 않은 데 대해 "'TK 인사 배제'가 더 노골화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소한의 지역 목소리와 정서를 전달할 통로가 막힘에 따라 지역 정치권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TK 출신 내각 '제로'
이번 교체 대상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포함되면서 TK 출신으로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안동) 1명만이 남게 됐다.
조 장관은 이번에 유임됐지만, 그동안 지역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지역 출신 장관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 사실상 TK 출신 장관 전무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중폭 개각에 따라 TK 출신이 최소 1명은 배정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자 관가에서는 'TK 배제' 현실화를 걱정하고 있다.
지역 출신의 부처 한 국장은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호남과 부산경남 출신이 대거 등용되고 지난 정권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 대구경북 출신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지금의 공직 사회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런 흐름을 보면 지난 정권 때 부득이하게 인사에 밀려난 적도 있는데 그 당시 요직에 올라 눈에 띄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드는 인사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개각으로 18개 중앙 부처 장·차관 가운데 TK출신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안동, 안동고-단국대 행정학과),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성주, 영신고-서울대 경제학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대구 달성, 경북고-연세대 경제학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경남 창녕, 대구고-경북대 행정학과) 등 손에 꼽힐 정도이다.
이번 개각에서 학계나 시민단체 출신의 TK 인사 발탁은 지역 안배 차원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이마저도 고배를 마시자 TK 출신이라는 지역성 때문에 유능한 인사들도 상대적으로 차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나 여당에 지역 출신이 없으니 학계 등에서 최고 적임자라고 인정하는 능력있는 인사들도 이리저리 계속 흔들린다. 정도가 매우 심하다"며 "개각을 하루 이틀 앞두고 유력한 TK 출신 후보자가 밀리고 다른 지역 출신 후보자의 내정설이 흘러나온 것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고 비판했다.
◆TK 출신 인재 양성 시급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TK 출신들이 정권에 따른 지역적 연고에 의지해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고 인재양성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중앙부처 한 과장은 "출향인들끼리 모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간 TK 출신들이 전성기를 누렸지 않느냐, 그동안 지역 출신들이 좋은 자리에 많이 있었지 않느냐는 등 옛 얘기들을 하면서 자조 섞인 위안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거에 요직에 있던 지역 출신들이 능력있는 후배들은 더 챙기고 끌었어야 했다. 앞으로는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을 수 있는 지역 출신 실력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관가에서 대구경북의 핵심 현안들을 비롯해 예산 편성과 대규모 국책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예산과 사업을 가져와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장관의 출신 지역은 현실적으로 무시 못 하는 문제"라며 "대구경북 출신의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으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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