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강의 LIKE A MOVIE] 어쩌다 결혼

입력 2019-03-06 10:47:06

영화
영화 '어쩌다 결혼'

*관련영화: #결혼피로연 #결혼은미친짓이다

*명대사: "당신 남편이랑 먹었어요 형수님"

*줄거리: 어쩌다, 현실공감 200%! 달콤발칙 로맨스 없는 로코의 탄생! 남녀 감독 두 명의 시선으로 그린 '요즘 것'들의 결혼관!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성석'(김동욱) 엄마와 세 오빠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찾고 싶은 '해주'(고성희)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나간 맞선 자리에서 만나게 된 둘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딱! 3년간만 결혼하는 '척'하기로 계약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준비가 진행될수록 방해꾼들은 늘어만 가고,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닌데… 결혼하는 척, 같이 사는 척, 딱! 3년만 하는 척! 척! 척! 과연 두 사람의 '하는 척'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영화 '어쩌다 결혼'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36.3%, 여성의 22.4%만이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반수가 넘는 수치가 결혼에 의지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이들에게 의심스런 시선을 보낸다.

결혼에 의지가 없는 이들,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 비혼주의다. 비혼이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미혼과는 결이 다르다. 예전에는 독신주의로 통했지만 요즘에는 비혼주의란 말이 대신한다. 비혼주의는 결혼이란 제도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고백하건데 필자도 비혼주의자였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의지라고 생각했고, 결혼이라는 계약서가 낳는 부작용이 크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필자가 어느 순간 어쩌다 결혼을 했다. 당연히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여러모로 바뀌었다. 영화 '어쩌다 결혼'은 이러한 요즘 세대의 결혼에 대한 세태와 고민이 반영된 영화다.

영화
영화 '어쩌다 결혼'

'어쩌다 결혼'은 계약결혼을 소재로 한 영화다. 남녀가 서로의 목적 달성을 위해 3년만 결혼한 척, 같이 사는 척 하기로 계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걸맞게 영화는 유쾌하게 흘러간다.

전직 육상선수 '해주'는 부상 후 선수생활을 접고 계약직 체대 조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정규직 전환 실패로 미래가 걱정스럽기만하다. '해주'에게 더 큰 스트레스는 엄마와 오빠들의 결혼 압박이다. 결국 맞선 자리에 나가고 거기서 재벌 2세 '성석'을 만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모들이 반강제적으로 마련한 맞선 자리에서 만난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의기투합하기로 한다. 성석은 재산을 물려받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해주는 엄마와 세 오빠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찾기 위해 딱 3년간만 계약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것. 하지만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

영화
영화 '어쩌다 결혼'

방해꾼이 등장하고 뜻하지 않는 일들이 생기며 '어쩌다 결혼'은 한바탕 소동극으로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관객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대로 일테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해피엔딩으로 결말되는 기존의 로맨틱코미디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장르만 로맨틱코미디이지 달달함과 거리가 멀다. 취업난으로 근심 많은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결혼 압박과 순탄치 않은 직장 생활을 하는 해주는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결혼도 어렵고 직장생활도 어려운 해주의 처지를 보면 이내 내 처지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왜 인간들은 한 사람의 인생이 결혼을 해야만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걸까?"라는 해주의 대사는 발칙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처럼 '어쩌다 결혼'은 결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달라진 세태가 드러난다. 모바일로 청첩장을 확인하고 영상으로 웨딩 사진을 보는 장면까지 요즘 시대의 결혼 형식이 반영되었다. 다양한 가족 문화도 엿보인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돌싱으로 불리는 이혼족까지 모던 패밀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결혼 전에는 건강검진을 받고 계약서를 쓰고, 변호사에게 공증까지 받는다. 이게 요즘 시대의 결혼이다.

결론적으로 작품은 2030 세대들의 결혼에 대한 솔직한 고민과 시선을 잘 담아낸 편이다. 당신의 결심이 비혼이든 결혼이든 한 번쯤 봐도 괜찮을 듯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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