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해

입력 2019-03-04 19:36:53 수정 2019-03-04 22:27:06

차기 공천 풍향계에 따라 흔들리는 지역 국회의원들 위상 추락 주범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총리가 선출된 최고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총리가 선출된 최고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 결과를 두고 지역 정치권의 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당의 '대구경북(TK) 패싱'이 도를 넘었다며 울분을 쏟아내고 있으며, 한국당 전체 책임당원 가운데 30%에 육박하는 막강한 '지분'을 가진 보수의 본가(本家)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며 충격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한국당 전당대회에 대구경북은 당 대표 후보를 내지 못했다. 단일형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한 정당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당의 '주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것과 같다.

한국당 관계자는 "최순실 씨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나오면서 대구경북의 보수당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한 실정"이라면서도 "대구경북이 당 대표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토종 TK'를 대신할 만한 지역 출신 당 대표 후보가 나선 것도 아니다. 대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전당대회 일정조정을 요구하다 뜻이 관철되지 않자 출마하지 않았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지역의 목소리를 제1야당 당무에 관철할 통로가 막힌 것이다.

'꿩 대신 닭'의 심정으로 공을 들였던 최고위원 경선 결과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김광림 국회의원(안동)은 '턱걸이'로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출신 국회의원마저 대구경북 후보가 아니라 차기 당권 주자(계파)의 입맛에 맞추는 선택을 하면서 지역의 위상추락이 더욱 가속했다"며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으면 TK 정치의 자생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주호영 한국당 국회의원(대구 수성을)은 "지역의 국회의원들을 아우를 지도자감이 없는 탓을 할 수도 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이 차기 공천권 확보를 위해 중앙당(계파)에 목을 매는 상황도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구경북 출신이 당의 전면에 나서면 수도권 선거에서 불리해진다'는 인식을 조속히 불식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빗발친다. 지역 출신 인사들의 도약을 막는 '단골 논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 체제의 당직 인선에서도 대구경북이 홀대를 받고 있다. 대구경북 정치권이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