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협상의 기술

입력 2019-03-04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인간은 하루에 수십, 수백 번 협상한다.'

혹자들은 '내가 무슨 협상을?'이라고 의문을 갖겠지만, 협상 전문가들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을 즐겨 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협상을 벌이는 존재라고 한다. 지금 밥을 먹을지, 공부를 계속할지 결정하는 자체가 작은 범주의 협상이다. 인간관계도 끝없는 협상의 연속이다. 인간관계는 적게 주고 많이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성공하려면 협상을 배워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서점에는 협상과 관련한 자기계발서가 넘쳐나지만,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책은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1987년)이다. 도널드 트럼프·토니 슈워츠가 함께 쓴 이 책은 비즈니스 관련 서적으로 역대 5위 안에 드는 베스트셀러다. 당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었고, 한창 사업 재미에 빠져 있던 때여서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상대방이 협상을 주도하려 할 때는 끌려다니지 말고 판세를 뒤집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회담 결렬을 선언한 것과 관계있는 대목이다. 결렬 직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측이 침통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을 보면 협상의 키는 트럼프가 잡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을 옆에 앉혀 놓고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교를 했다. "당신들은 거래를 모른다. 100% 확실해 보이던 거래가 깨지고,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나는 숱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나는 그 누구보다 거래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전문가임을 자임하고 있고, 자신감도 넘친다. 그가 향후 북한과 어떻게 협상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거래의 기술'을 한껏 발휘할 공산이 크다. 목적을 위해 판을 깰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미래가 미국 대통령의 협상력에 달려 있으니 약소국의 비애인지, 북한의 자업자득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운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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