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구상문학관 지어만놓고 운영은 방치 수준

입력 2019-03-03 21:30:00

방치 운영 논란이 일고 있는 구상문학관 전경. 이현주 기자
방치 운영 논란이 일고 있는 구상문학관 전경. 이현주 기자

지난달 28일 칠곡군 왜관읍 구상문학관. 1층에 들어서니 구상(1919~2004) 시인의 사진 자료, 문우와 주고 받았던 편지, 서화 등이 전시돼 있었다. 북카페란 이름으로 관람객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몇 개 놓여 있었지만 이용자는 없었다.

2층에는 시인이 기증한 소장도서로 꾸며진 '보존서고'가 마련돼 있었지만 문이 닫혀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주민들을 위한 열린 문학공간인 '사랑방' 역시 책걸상들만 빼곡히 차 있을 뿐이었다. 1층으로 내려와 직원에게 '보존서고'를 개방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구상 시인이 기증한 책들(2만7천여 권)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는 답만 돌아왔다.

이날 구상문학관에 머문 시간은 15분. 더 머물고 싶어도 더이상 볼 것도 할 것도 없었다. 문학관을 돌아보는 동안 관람객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문학관 직원은 유일한 방문객이었던 기자를 흘깃 쳐다보기만 할 뿐 안내나 설명은커녕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등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구상 시인의 집필실이자 거처였던 관수재. 내부를 볼 수 없게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다. 이현주 기자
구상 시인의 집필실이자 거처였던 관수재. 내부를 볼 수 없게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다. 이현주 기자

문학관 문을 열고 뒤편으로 나가니 시인의 집필실이자 거처였던 관수재(觀水齋)가 보였다. 하지만 문고리를 자물쇠로 채워놔 외관만 보고 돌아서야 했다.

관수재 내부를 개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문학관 직원에게 다시 물었고, "관리상 이유 때문인데, 꼭 보겠다고 하면 개방해 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구상문학관은 세계 200대 문인(프랑스문인협회 선정) 반열에 오른 구상 시인을 기리고 그 업적을 보존하기 위해 칠곡군이 2002년 건립했다. 당시 생존 시인 문학관으로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문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문학관 운영을 들여다 보면 거의 방치 수준이다. 이곳을 다녀간 단체나 개인 관람객들의 평가도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지배적이다.

'주민들의 문화적 토대를 굳건히 다지는 지역문학의 산실로 이끌어가겠다'는 당시 문학관 건립 취지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게 지역민들의 얘기다.

현재 구상문학관 자체로 운영하고 있는 문학 프로그램도 전혀 없다. 그나마 지역내 시와 수필 관련 동아리 2곳이 2층의 사랑방을 간혹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는 "건립 당시는 자랑스러웠는데 지금은 유명무실한 문학관으로 전락해 버렸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러한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해서든 하나 만들어서 특화시키려고 노력하는데, 칠곡군은 기존에 있는 콘텐츠(구상 시인)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고 답답해 했다. 구 소설가는 또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문화해설사도 배치해 부디 살아있는 문학관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며 "만약 제대로 할 자신이 없다면 위탁이라도 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칠곡군 관계자는 "구상문학관 상주 직원이 2명뿐이고, 관리하는 군의 해당 과 인력도 적어서 제대로 운영할 여력이 안 되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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