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필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회원
한때 '나만의 방'에 연연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나만의 시간'에 대해 전전긍긍한다. 최근에 이런 고민을 날려버릴 책을 찾았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을, 소소한 행복을 머금은 사소한 일로 여겼었는데, 이 시간이야말로 대단하고 단단하게 우리를 우주만 한 행복의 상태로 이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삶의 시공간을 끝없이 확대하는 저자의 안목과 열정을 깊이 지지한다.
저자인 니나 상코비치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천연자원수호위원회 담당 변호사로 활동하며 블로그와 매체에 북 리뷰를 쓰고 있다. 이 책은 언니를 잃고 3년이 지나도 슬픔과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저자가, 언니와 공유한 것들 중에서 웃음, 말, 책을 떠올리고 책에 풍덩 빠졌다가 다시 온전해져서 나타나려고 '마법 같은 독서의 한 해'를 선언하고 기록한 독서기이다.
프롤로그가 있고, 본문은 총 21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2008년 46번째 생일에 『고슴도치의 우아함』으로 시작한 독서는 매일 한 권씩 읽고 다음날 서평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으로 일 년 동안 이어졌다고 할 뿐, 블로그의 내용은 책에 소개되어 있지 않다. 대신 혼자 책 읽는 시간이 준 위로와 치유에 관한 내용이 꼼꼼히 담겨 있다. 읽는 것도 일이라는 것과 선물 받은 책의 딜레마를 논하면서 읽기의 어려움을 말하고, 읽기의 난이도와는 상관없이 서평을 쓰는 일의 난감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읽은 책의 순서와도 무관하다. 예를 들면, 11장 '남의 사랑이야기로 복습하는 옛사랑'이라는 소제목 아래에는 어니스트 J. 게인스의 '죽음 앞의 교훈'에서 발췌한 문구를 소개해 두고, 저자는 독자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주인공의 사랑과 자신의 옛사랑을 함께 들려준다. 부록으로 도서목록이 실려 있다.
우선 하루 한 권이라는 양이 놀라웠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이렇게 강박적으로 읽은 책이 나중에 기억이나 날까 싶다가도, 무언가 미련 없이 실컷 해볼 수 있다는 것에 외경심을 느끼게 하고 가치를 부여하게 한다. 더불어 우리에게도 도전을 부추긴다. 읽을수록 책을 체화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저자는 책 속에 몸을 푹 담그고, 삶의 변화와 전환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들을 목격하고, 유머와 감정이입과 연결의 도구를 발견했다고 밝힌다. 그것은 읽고 삼키고 소화하고 생각했으며, 그것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독법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한 누군가는 이 독서릴레이에 기꺼이 동참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의 생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언니의 죽음 대신 삶을 기억하고, 슬픔은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흡수하는 것임을 알게 되며, 죄책감은 『우연히』의 볼소버를 통해 치유하고 있음을 알린다. 나쁜 일이 오더라도 그것이 부담은 될 수 있지만 올가미는 아니라는 것을 독서를 통해 알게 되었고, 『열린 문』을 읽을 땐 울슨이 점점 더 좋아졌고, 거듭 밑줄을 쳤다고 했다. "책 한 권을 끝내기 싫어 가슴이 찢어진 적이 있는가? 마지막 페이지가 덮이고 한참 뒤까지도 계속 당신의 귀에서 속삭이고 있는 그런 작가가 있었는가?(143p)" 저자가 밑줄 쳤다는 부분이다. 이어서 저자는 웃음기 가득한 문학소녀로서의 어투를 빌려 "있어, 있다고!(143p)"라고 답해놓았다. 여기에서 나는 잠시 책을 덮었다. 검색해보니, 아직 한글판이 없다. 많이 아쉽다. 더불어 『큉컹커스』도 하루빨리 번역되길 바래본다.
독서의 한 해가, 마음의 벗이었던 큰언니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파악하는데 필요한 여백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저자는 다시는 매일 한 권씩 일 년간 책을 읽지는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너무나 많고 찾아야 할 행복이 너무나 많으며, 드러내야 할 경이가 너무나 많다(281p)"는 말로 책을 끝내고 있다. 매화가 피었다. 꽃도 책도 '나만의 속도'에 맞추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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